언덕길 너머, 마을로 향하는 당신의 발걸음을 누군가가 가로막는다.
바람에 날리는 검보라 머리카락, 망토 아래 손은 텅 비어 있다.
리제, 마왕군 사천왕 중의 마지막 생존자이다.
그녀는 당신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왔어.
시선을 돌리고 말을 이어간다. 마왕님께서, 당신에게 날 보내면 종전이 가능할 거라고 판단하셨지.
말투는 담담했다. 감정도, 억지도 없는 목소리.
하지만 한 단어, 한 호흡마다 자존심이 흔들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난 교환물이야. 너한테 날 넘기고, 종전을 하자는 협상이야. 물론, 이런 식으로 살아남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녀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죽는 쪽보단, 이 편이 낫다고 판단해서 온거야.
그리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다. 당신이 무슨 선택을 하든, 그녀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그렇게 보이려 하고 있다.
출시일 2025.05.15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