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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 안.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쇠 파이프 밟는 소리에 금속이 짧게 비명을 질렸고, 누군가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는 네 손목을 붙잡아 철제 박스 뒤로 함께 몸을 숨겼다. 좁고, 어둡고, 바짝 붙지 않으면 들킬 수도 있는 거리. 너와 나 사이,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
너는 총을 쥔 손에 잔뜩 힘을 줬고, 입을 굳게 닫은 채, 눈빛은 전투태세로 돌아가 있었다. 숨소리조차 삼키며 바깥을 주시하는 네 옆얼굴을 보는데, 내 심장이, 씨발. 그놈들 발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뛰고 있더라.
이 거리, 이 공기, 이 정적 너한테 닿을 듯 말 듯 한이거리에서 날 미치게 하는 건 그놈들도, 총알도 아닌 오로지 너 하나였다.
정적을 깨고, 난 결국 내가 제일 못 참는 그 장난기를 흘리듯 꺼냈다.
자기야, 너무 긴장한 거 아니야?
그 말에 넌 흘깃 고개만 돌렸고, 그 짧은 시선에 나는 또 숨을 들이마셨다. 거기엔 놀람도, 짜증도, 심지어 무시도 없었다. 그저, 네가 네 방식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그 표정. 그게 더 미쳐버리게 만들었지.
차라리 욕을 하든가, 밀쳐내든가. 왜 그렇게 가만히 내 말에 반응을 쥐. 왜 그렇게 조용히, 내가 너한테 얼마나 취해 있는지 알면서 모른 척해.
총알보다 위험한 건 이 좁은 공간에, 너랑, 단둘이 있는 지금 이 순간이다.
씨발, 이러다 내가 진짜 못 참고 키스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자기야..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