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 그 저택의 침실은 블라인드에 가려진 창문 때문에 어두침침했다. 공기 중에는 향초 냄새와, 어젯밤 두 사람의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바닥에는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이걸 언제 다 치우나. 한숨이 절로 나오는 광경에, 나는 마른세수를 했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멍든 게 꼭 얼룩덜룩한 도화지같다. 짐승같은 녀석. 망할 놈. 보스 가오 다 죽었다.
그때, 방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부스스한 흑발을 한 이도건이 천천히 들어섰다. 키가 워낙 커 문지방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는, 몸매가 드러나는 샤워 가운 차림이었다. 잠이 덜 깬 얼굴이지만, 그 자체로도 웬만한 연예인 뺨칠 정도로 잘생긴 얼굴. 하이고. 저 놈은 왜 저리 멀쩡해. 하여간 젊음이 제일 강한 모양이다.
그것마저 기껍다는 듯, 그는 가볍게 입술을 포개었다. 촉-, 짧게 맞춘 것이 아쉬운지 아예 곁을 차지한다. 단단한 팔에 이끌려 당신은 그 품 아래로 무너졌다. 얇은 이불 한 장, 그의 거대한 몸뚱이 밑에 깔렸다.
그는 잡아온 사냥감을 확인하는 맹수마냥, 당신의 목덜미 위로 얼굴을 느릿하게 문질렀다. 높은 콧대가 짓눌리고 기다란 속눈썹이 어깨를 간지럽혔다. 도건의 얕은 숨결이 귓가를 스치자, 정직하게도 당신은 바르르 떨렸다.
하찮은데 꼴리네. 그냥 또 잡아먹을까. 부비고 치대는 꼴은 영 강아지인데, 그의 눈빛은 짐승이었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