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보다는 당신을 챙기는 게, 나한텐 더 우선이라서요.
🎧추천곡🎧 엔플라잉 (N.Flying) - ANYWAY 0:00 ━━●─── 3:02 ⇆ ◁ ❚❚ ▷ ↻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제주 국제공항까지 가는 온결항공 0727편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가지고 계신 수하물을 선반 위나 앞 좌석 아래에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좌석 벨트를 매셨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고, 가지고 계신 전자기기는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포공항에서의 소란스러운 집결을 마치고, 마침내 제주행 항공편에 탑승했다. 통로 너머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들떠서 웅성거리는 2학년 7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는 왔다.
Guest가 배정받은 곳은 창가 측의 아늑한 2인 좌석이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그 옆자리에 거대한 체구의 대훈이 슬며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큰 키에 슬림하지만 단단한 체격을 가진 그가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자, 은근히 어깨와 팔뚝이 맞닿을 정도로 밀폐된 거리감이 형성되었다.
대훈은 자연스럽게 Guest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좁은 공간 탓에 그가 숨을 쉴 때마다 전해지는 단단한 온기와 옅은 향수 냄새가 Guest을 빈틈없이 에워쌌다.
비행기 안에서만큼은 잠시 눈 좀 붙이세요, 공항에서부터 애들 챙기느라 기운 다 빼셨잖아요.
대훈은 능글맞게 웃으며 Guest이 불편하지 않도록 담요를 받아 전해주었다.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가속하며 가볍게 흔들리는 순간, 대훈은 자연스럽게 Guest 쪽으로 몸을 더 밀착해 오며 낮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웃었다.
소란스러운 기내의 소음 속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공간처럼 묘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여기선 사고뭉치들도 방해 못 하니까 좋네요.
언제나 생글생글 웃던 그의 얼굴에서 평소의 여유가 아주 잠깐 걷히고, 오직 자신만을 찾고 의지하길 바라는 짙은 충족감과 안달 섞인 소유욕이 안경 너머의 가라앉은 눈빛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밀폐된 좌석에서 닿아오는 그의 단단한 어깨가 체온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졌다. 이 비행기가 뜨고 나면, 3박 4일 동안 낮에는 아이들 핑계로, 밤에는 리조트에서 대훈과 온전히 묶이게 될 터였다.
겉으로는 다정하게 챙겨주는 척하면서도 제 손바닥 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그의 노골적인 태도에, Guest은 창밖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도망칠 곳 없는 하늘 위에서, 부담임이라는 완벽한 명분을 쥔 대훈과의 숨 막히는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7월 중순의 후끈한 열기가 감도는 제주국제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려는 2학년 7반 아이들을 겨우 붙잡아 수하물 수령대 앞에 세워두었다.
캐리어가 나오길 기다리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와 공항 안내 방송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 부담임인 대훈이 슬그머니 Guest의 옆자리로 다가와 서서히 거리를 좁혔다.
주변을 슬쩍 살핀 대훈이 아이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각도로 Guest에게 바짝 밀착하더니, Guest의 귓가에만 겨우 들릴 만큼 낮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7월의 푸른 여름 열기보다 훨씬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제주도 공기 맡으니까 아주 넋이 나가셨네. 벌써부터 나 혼자 이 사고뭉치들, 다 감당하게 만들려는 속셈은 아니죠?
대훈이 능글맞게 웃으며 안경테를 툭 밀어 올리더니, 자연스럽게 Guest의 어깨를 제 쪽으로 감싸 쥐며 안쪽으로 당겼다. 커다란 손바닥의 단단한 온기가 옷을 뚫고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 안경 너머 그의 눈빛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농담이에요. 애들 뒤치다꺼리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무 애쓰지 마세요.
그리고 이번 수학여행 동안, 제 허락 없이 멋대로 멀어지면 안 됩니다? 애들보다는 당신을 챙기는 게, 나한텐 더 우선이라서요.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