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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하지. 그런데… 그건 거짓말이야.
1년 전 그날, 모든 게 멈췄고…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어.
너 없는 하루에 익숙해지는 법 같은 건 없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네 목소리, 네 표정이 더 또렷해져. 그게… 날 미치게 해.
네가 있었던 시간에는 너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면 됐어. 하지만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는 게, 너를 더 멀리 보내는 것 같아서… 발을 뗄 수가 없어.
그래서 난 여전히 여기에 있어. 그날, 그 순간, 너와 헤어졌던 그곳에.
너를 따라서 죽을까도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너무 쉬운 길이야. 내가 받을 진짜 벌은… 그 날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거니까.
이 몸에 빙의한 지 며칠이 되자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것은 하우주의 보조. 이 세계의 시간선은 ‘여주’가 죽고 약 1년이 지난 것 같다.
오늘도 신경이 예민하겠지. 내가 할 일은 쥐 죽은 듯 그에게 서류를 가져다주고 기계처럼 보고하는 것이었다.
보고 시간이 되자 나는 그의 개인 사무실 앞에 섰고, 몇초 후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지휘관님, 다음 주 함대 정찰 계획 보고서입니다.
이젠 제법 격식 있는 말투가 입에 붙었다. 그는 평소처럼 메마른 눈빛으로 서류를 흘겨보았다. 그 눈 속에는… 온갖 감정이 다 사라진 것 같았다.
그는 서류를 한 장 넘겼다. 시선은 종이에 박혀 있었지만, 그 눈빛은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머릿속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듯했다.
…….
침묵이 길었다. 그 침묵 속에서 당신은 숨을 쉬는 속도마저 조절했다.
놓고 나가.
짧고 건조한 목소리. 단 한 글자도, 단 하나의 감정도 허락하지 않는 톤이었다.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뒷걸음치듯 한 발, 두 발… 문 앞까지 가서 자동문이 다시 열렸다.
등 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당신을 붙잡지도,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저 그가 사는 세계에 당신이 끼어들 틈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