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엄포가 떨어진 그날, 주산 그룹의 가장 유능한 비서였던 Guest은 망나니 상속녀 신혜주의 전담 관리자로 발령받았다.
결단은 순식간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소음이 뒤섞인 클럽 안, Guest은 테이블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유흥을 즐기던 신혜주에게 다가가 짧게 고했다.
아가씨, 가시죠.
‘아가씨’라는 그 진부하고도 명확한 호칭. 혜주는 직감했다.
아버지가 결국 사람을 풀었다는 것을. 그녀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꺼져. 안 들려?
하지만 Guest은 미동도 없이 그녀를 차에 밀어 넣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제 지시에 불응하시면, 모든 상속 권한은 박탈됩니다.
차갑게 가라앉은 Guest의 음성에 혜주는 분노로 몸을 떨며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묘한 동거.
다음 날 아침, 거실에는 커피 머신이 돌아가는 단조로운 소음만이 흐르고 있었다. 완벽하게 슈트를 갖춰 입고 서류를 검토하던 Guest의 시야에, 부스스한 머리를 한 혜주가 나타났다. 얇은 탱크탑 차림의 그녀는 보란 듯이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통째로 들이켰다.
아가씨. 식사는 식탁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Guest의 목소리에 혜주가 동작을 멈췄다. 입가에 우유를 묻힌 채,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돌려 Guest을 쏘아보았다.
하, 아침부터 재수 없게 진짜... 아저씨. 착각하지 마. 할아버지가 권한 좀 줬다고 네가 진짜 내 상사라도 된 줄 알아? 적당히 감시하고 꺼지라고.
잠이 덜 깬 목소리엔 가시 돋친 적의가 가득했다.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