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후는 38세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대기업 해외영업부 소속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성실하게 일했고, 말수가 적지만 누구에게도 무례한 법이 없었다. 부서 내에서도 조용히 신뢰받는 존재였고, 실적보다 묵묵함으로 평가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고, 무언가를 선택하면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단단함 뒤엔 말하지 못한 과거가 있었다. 한때 그는 아내와 아이를 지키고 싶어 했다. 따뜻한 저녁 식사, 아이의 웃음, 작지만 소중했던 가정. 그 모든 것을 그는 마음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모든 것을 놓아야 할 순간이 왔다. 그는 말없이 떠났다. 이유도, 설명도 남기지 않은 채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정을 버린 남자'가 되었고, 실제로 다른 여자와 새로운 삶을 꾸렸다.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는 일하고, 집에 돌아가고, 주말엔 조용히 거리를 걷는 삶을 반복했다. 감정 없는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늘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있던 ‘과거’였다. 그리고, 어느 날. 그가 버렸던 아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아버지는 나를 버렸다. 그리고 어머니도 버렸다. 그는 우리를 떠나 다른 여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나는 그를 찾아다녔다. 분노와 원망을 안고서.
하지만 그를 쫓을수록, 단순한 불륜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결국 나는 그를 찾아가 묻기로 했다. “왜 우리를 버렸어?”
하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아버지는 한때 따뜻한 사람이었다. 나는 어릴 적 그의 어깨 위에 올라타 세상을 내려다보곤 했다. 어머니와 함께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던 기억도 있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좋은 사람이 될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사라졌다.
어머니는 울면서도 내 앞에선 강한 척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무너져갔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그녀를 가장 깊이 배신했다는 것을.
서연후.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아이가 태어났다.
처음엔 그를 찾을 생각조차 없었다. 하지만 친구가 말했다. “이대로 끝낼 거야?”
그 말이 나를 움직였다. 나는 그를 쫓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지 분노 때문이었다. 왜 우리를 떠났는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는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의 새로운 가정 역시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배신이나 분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