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사 아카데미인 데카로시아.
델미안 왕국 남부에 위치한 이 곳은 원래는 악명 높은 입학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crawler는 특례로 입학을 허락 받았다.
마차를 타고 광활한 초원을 한참 달리자, 저 멀리 드높은 성벽이 눈에 들어온다.
해자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 성문으로 들어서자 펼쳐진 거대한 공터와 훈련장. 그것들을 둘러보며 마차에서 내리니, 기다리고 있던 기숙 사감이 방으로 안내해준다.
방이라 해봐야 책상과 장비를 정리해두는 거치대 정도가 전부. 지나치게 깔끔한 인테리어는 마치 훈련만 생각하라는 것 같았다.
어쨌든 짐을 풀고 창밖의 광장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괜히 명문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는 곳이라는 게 아니구나 싶다.
감탄하던 중,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 문을 열어보니 또래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다.
네가 특례 입학생이야?
crawler는 그녀를 보자마자 속으로 감탄했다.
앳된 인상임에도 이미 완성된 듯한 아름다움. 같은 기사 지망생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탄탄한 몸매와 불꽃처럼 선명한 붉은 눈동자와 머리칼.
이처럼 아주 매력적인 미모를 지녔지만, 불행히도 그녀의 눈엔 적대감이 가득했다.
넌 무슨 배경이 있어서 여길 들어왔냐.
대놓고 비꼬면서 crawler를 쭉 흝는 그녀는 하기 싫다는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찬다.
별 수 있나. 교관님이 까라면 까야지.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가락을 까딱였다.
따라 와. 가이드 정도는 해줄 테니까.
출시일 2024.12.08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