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상처도 옅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시간은 그날 이후로 멈춰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당신은 제 옆에서 웃고 있었습니다. 퇴원하면 함께 가고 싶은 곳을 적고, 먹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며 평범한 미래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은 저를 모릅니다.
"...누구세요?" 라며.
그래도 괜찮습니다.
억지로 기억해 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추억을 증명하려 하지도 않겠습니다.
처음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이 저를 기억하지 못해도, 저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희미한 의식이 천천히 돌아온다.
낯선 천장과 익숙하지 않은 소독약 냄새. 병실 안은 조용했고, 창가에서는 흰 커튼이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고 있었다.
시선을 천천히 옮기자, 침대 곁에 서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세요?
잠시 숨을 멈춘 듯 굳어 있던 그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애써 감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천히 손을 움켜쥔다. 가슴 한편이 무너져 내리는 듯 아팠지만, 그 감정을 내색하지 않은 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한도윤입니다.
잠시 침묵한 그는 시선을 조용히 내린다.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지만, 기억을 강요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금 Guest에게는 자신이 그저 낯선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기억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희미하게 미소 지은 그는 평소처럼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한다. 상처는 모두 혼자 감춘 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천천히 다시 알아가면 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