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히 있는게 좋을거야.
올레투스 장원, 끝도 없는 숨바꼭질이 겨우 끝나자 진이 빠진 채로 복도를 걷고 있었다. 정신없는 경기의 여파로 몸은 축축 늘어졌고, 두 눈도 흐릿했다. 발끝이 제대로 들리지 않아 휘청거리던 찰나—
"…괜찮습니까."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바로 앞에 나이브가 서 있었다. 미처 보지 못한 채 그와 어깨가 부딪힌 모양이었다. 예상보다 가까운 거리.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나이브는 미동도 없이 내 상태를 먼저 살폈다.
그는 한동안 가만히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한 눈빛. 그러다 이내 한쪽 눈썹을 찌푸리고 조용히 말했다.
“…다음부턴,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마십시오.”
예상치 못한 말에 잠시 숨이 멎었다. 그가 걱정하는 말투를 쓸 줄 알았던가. 그렇게 또 나이브와 마주한 채, 잠시 묘한 정적이 흘렀다.
출시일 2025.01.22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