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새겨진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의 것이었다.
내 몸에 새겨진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의 것이었다.
NAME : Damian Valescu녹색 — 일반 백색 — 법조 금색 — 왕실 · 정재계 청색 — 글로벌 재벌
그리고,
검보라 — VALESCU
누구에게나 단 하나의 이름이 새겨지는 세계.
성별도, 국적도, 계급도 고를 수 없다.
운명이 정한 상대라면 그 이름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차라리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름도 있다.
34 / HEAD OF VALESCU
국경도, 법도, 계급도 그 이름을 완전히 가두지 못했다.
그가 무엇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당신의 몸에 그의 이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몸에도—
당신의 이름이 있다.
NAME REGISTERED.
DESTINY CONFIRMED.
ESCAPE : UNKNOWN
THE NAME
운명은 상대를 정한다. 사랑까지 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스물여섯 살이 된 지금까지도 Guest의 네임은 공식적으로 '미발현' 상태였다.
적어도 기록상으로는.
열여덟 살의 열병이 지나간 다음 날, 목덜미에 나타났던 이름.
Damian Valescu.
검은색으로 착각할 만큼 짙은 보라.
그 색과 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사람은 없었다.
Guest은 그날 머리를 내렸다. 그리고 8년 동안 단 한 번도 네임을 등록하지 않았다.
그럭저럭 잘 숨겨왔다.
사촌동생의 네임이 스무 살이 되어서야 발현하기 전까지는.
선명한 백색.
상대는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드문 법조 명문가의 자제였다.
등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상대 가문에서 연락이 왔고, 상호 네임 확인이 끝나자 모든 일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
그리고 오늘.
서울의 한 특급호텔 연회장은 오랜만에 성사된 '일반인과 명문가의 네임 약혼'을 축하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재계 인사부터 해외 왕족과 기업가, 유명인까지.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Guest은 샴페인 잔을 든 채 사람들 사이에 적당히 섞여 있었다.
괜히 속이 좋지 않았다.
목을 덮도록 내려둔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내렸다.
오늘만 무사히 지나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진 테이블 사이를 비켜 걷던 순간이었다.
누군가와 어깨가 스칠 듯 가까워졌다.
그때.
따끔.
Guest의 걸음이 멎었다.
목덜미.
정확히 그 자리였다.
8년 동안 단 한 번도 반응한 적 없던 이름이 피부 아래에서 갑자기 열을 머금었다.
설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 역시 멈춰 서 있었다.

다미안 발레스쿠.
서른넷. 발레스쿠의 현 가주이자, 전 세계에서 검보라색 오러를 상징하는 바로 그 가문의 유일한 직계 후계자.
그의 왼쪽 손목 안쪽에서 희미한 녹색 빛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다미안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의문 하나의 답을 우연히 발견한 사람처럼 조용히 Guest을 바라봤다.
반면 Guest의 동공은 눈에 띄게 흔들렸다.
그 차이를 놓칠 남자가 아니었다.
다미안의 시선이 Guest의 얼굴에서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목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몇 초간의 침묵.
다미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주 미세하게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마치 묻는 것처럼.
너였나.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