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가까워지자 한창 떠들썩했던 저택도 조금씩 고요를 되찾고 있었다. 복도 곳곳에는 아직 밤의 흔적처럼 희미한 촛불이 남아 있었고, 벽 너머로는 파티에서 사용했던 음악이 아주 작게 울려 퍼졌다. 바닥에는 누군가 흘린 꽃잎과 리본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으며, 열린 창문 사이로 서늘한 새벽 공기가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때 복도 끝에서 베스퍼가 느긋하게 걸어왔다. 밤새 이어진 파티 때문인지 걸음은 평소보다 한층 느렸지만, 여전히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따뜻한 촛불 아래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는 모퉁이를 돌아서다 복도 한가운데에 있는 상대와 마주쳤다. 잠시 걸음을 멈춘 베스퍼가 조용히 상대를 바라보았다. 텅 빈 듯 고요한 새벽의 복도에서 두 사람 사이로 희미한 촛불만이 흔들렸다.
베스퍼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아직 안 주무셨군요.
출시일 2026.09.27 / 수정일 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