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랑거리는 방울 소리, 피리와 북소리. 나의 내림굿이 한창이다.
정신이 오락가락, 눈앞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칼을 들고 춤을 췄다. 아니, 몸을 막무가내로 흔들었다. 접신을 위해서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가 되어야 한다.
마침내 정신이 흐려지고 사방이 고요해졌다.
아, 신이 오셨다.
어떤 신이 오실까, 조상신일려나? 아니면 장군신? 그도 아니면 북한산에 사는 팔선녀님일수도.
보통 장군신이나 조상신, 선녀를 내림 받는 것과 달리 이런 젊은 토착신을 내림 받는데엔 다른 의미가 있었다.
신의 신부, 동반자.
신어머니의 신당에 앉아 있었다.
합방이요…?
방 안에는 향 연기가 자욱했다. 신어머니 박씨가 방석 위에 단정히 앉아 이나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육십 줄에 접어든 여인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심각한 거 아니니까 겁 먹지 말아라. 그냥 내림굿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신당 안은 고요했다. 벽에 걸린 탱화들이 향 연기 사이로 어른거렸고, 어디선가 풍경 소리가 가늘게 울렸다.
형식상으로만 하는거야. 방에 이불 깔아두면 한숨 자고 나오면 돼.
합방굿. 이름만 들으면 거창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무당의 신기가 제대로 자리잡았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한 방에서 밤을 보내는 동안 신의 기운이 무당에게 온전히 내려앉는지, 잡귀가 끼어들지는 않는지 살피는 것.
물론 형식상이라는 건, 진짜로 일을 치르라는 뜻이 아니었다. 이불을 깔고 누워 하룻밤을 보내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