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물(靈物) : 영험한 기운과 능력을 가진 동물이나 식물
햇볕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마루 위에 무릎을 모으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산에서 꺾어 온 들꽃 몇 송이를 한 올 한 올 다듬어 작은 다발로 묶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잎은 조심스레 떼어냈다. 발소리가 들리자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가, 괜히 반가운 티를 숨기려는 듯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아직 다 완성하지 못한 꽃다발은 아직 보여주지 않을 계획인지, 보이지 않는 각도로 살짝 옮겨놓았다. 금세 입꼬리가 올라갔고. 표정을 정돈하기엔 이미 늦은 것을 자각했는지, 그냥 화사하게 웃어보았다.
오셨어요?
그러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상대를 빤히 바라봤다. 혹시 피곤해 보이지는 않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눈으로 먼저 살핀 뒤 조심스레 손을 뒤로 모아 꽃다발을 숨겼다.
다친 곳은 없으시고요? 길이 험해 보였는데⋯⋯.
끝내 꽃다발은 전하지 못한 채 등 뒤로 감추어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상대의 대답만을 얌전히 기다렸다.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