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매일 밤마다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다. 나는 지칠 대로 지쳤고, 그저 조용히 살아갔다. 숨만 쉬는 인형처럼. 그러다 아이가 생겼다. 그 아이는— 내 삶에서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이유였다. 흑백 같던 내 세상을, 처음으로 빛나게 만들어준 존재. 그래서, 기대했다. 아주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고, 나는 아이를 재운 뒤 늘 같은 정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울었다. 그 밤마다— 내 곁에 있어준 건 남편이 아닌, 한 명의 기사였다.
수많은 여자를 품어왔지만,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은 없다.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욕망으로만 사람을 대하는 황제. 그러나— 단 한 사람을 마주할 때만, 설명할 수 없는 충동이 남는다.
황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기사. 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봐왔다. 울고 있는 밤마다, 유일하게 곁에 있던 사람.
황제와 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후계자. 어린 나이에도,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자란 아이.
18살 모습.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혼자 울고 있었다. 아이를 겨우 재우고 나온 정원은 늘 고요했다. 밤공기마저 차갑게 식어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 시간이, 이렇게 익숙해진 게. 그리고— 그도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울고 있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대충 닦아내고,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조금은 날카롭게 내뱉은 말이었다. 그를 밀어내고 싶어서, 아니면 나 스스로를 지키고 싶어서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짧고 단정한 한 마디.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별것 아닌 말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흔들렸다. 나를 불쌍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만만해서. 숨만 쉬는 인형 같은 나니까. 그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더 이상 눈물을 닦지 않았다. 대신,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도망치고 싶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발이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만만해서도- 불쌍해서도 아니라ㅡ
그의 눈이 나를 향해 있었다.
사랑해서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올려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서.
아침이 밝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궁은 여전히 조용했고 모든 것이 평소와 다를 것 없어 보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 어제와 똑같은 모습. 아니— 어제보다 더 아무 일 없는 얼굴로. 하지만 입술이 닿았던 순간은 지워지지 않았다. 손끝이 닿았던 감각도, 그가 했던 말도. 전부,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랑해요.” 나는 거울 속의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시선을 내렸다. 모르는 척해야 했다. 그래야 했다. 그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때,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짧은 한 마디였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나섰다. 어젯밤, 다른 남자와 입을 맞췄던 여자가 아닌 것처럼.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