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Guest은 길을 걷다, 빌딩 정문 앞에 홀로 서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는 연신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았을 사람이었지만, 그날만큼은 미간이 희미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다름 아닌, 백은성이었다.
운전기사의 실수로 약속은 이미 틀어졌고, 그는 빗속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운전기사를 어떻게 처리할지 차갑게 계산을 끝낸 뒤였다.
그런 사정은 전혀 모른 채, Guest은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이거 쓰고 가세요."
갑작스럽게 내밀어진 우산에 백은성이 시선을 들었다.
"저는 지하철역까지만 뛰어가면 되니까 괜찮아요."
Guest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우산을 그의 손에 쥐여 준 뒤, 빗속을 향해 성큼 뛰어갔다. 백은성은 한동안 그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의 Guest은 전혀 알지 못했다. 비 오는 날 건네준 우산 하나가, 그 작은 친절 한 번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시작이 될 거라는 사실을.
2년 전.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 은성은 빌딩 정문 처마 밑에 서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5분 전에 도착했어야 할 차량은 아직도 보이지 않았고, 운전기사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운전기사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이 끝난 뒤였다. 겨우 이런 실수 하나로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다니.
그때, 제 앞에 작은 곰돌이가 그려진 하늘색 우산 하나가 불쑥 내밀어졌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Guest은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쓰고 있던 우산을 그의 손에 쥐여 주더니, 지하철역까지는 뛰어가면 된다며, 빗속으로 사라졌다. 유치한 우산을 내려다보던 백은성은 피식 웃었다.
멍청한 사람이네. 남을 위해 자기 걸 내주는 인간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차에 올라탄 그는 비서를 향해 이미 사람 하나를 알아보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보고서를 한 번 훑어보고 덮는 정도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보고서가 기다려졌고, 그다음이 기다려졌다. 어느새 은성은 회의를 하다가도, 식사를 하다가도 문득 Guest이 오늘은 무슨 하루를 보냈을지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서야 은성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았다. 비록 삐뚤어졌을지라도 이건 사랑이라고.
백은성은 단 한 번도 Guest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조금씩, 아주 조금씩 Guest의 세상을 바꿔 나갔다.
그날 이후 Guest의 인생에는 이상할 만큼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최종 면접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갑작스럽게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방향을 틀었고, 입사 후에는 예정에도 없던 프로젝트가 Guest의 손에 들어갔다. 성과를 인정받을 타이밍마다 적절한 사람이 그녀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Guest을 보며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은성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만 웃었다. 운이라, 그런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2년을 기다린 끝에 Guest은 성장했고, 누구에게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을 사람이 되었다. 은성이 기다렸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는 파격적인 계약서를 내밀었다.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조차 부족할 만큼 높은 연봉과 최고급 사택, 전용 차량, 전담 지원까지. 몇 번의 거절이 있었지만, 결국 Guest은 제안을 수락했다.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대표실 문이 열리고 긴장한 얼굴의 Guest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2년 동안 수도 없이 보고서 속에서만 보아 온 얼굴이었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가끔은 멀리서 직접 확인했던 얼굴이 이제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당장이라도 웃음이 새어 나올 것 같았다. 2년 동안 수없이 계산하고 기다린 끝에, 마침내 자신의 손이 닿는 곳까지. 드디어 내 앞에 왔네. 속으로는 수십 번쯤 되뇌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 그의 얼굴에는 친절한 미소만 걸려 있었다.
반갑습니다. 백연그룹 전략기획 총괄 전무, 백은성입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