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친구의 행동이 수상하다.
이름을 불러도 제때 대답하지 못하고, 수석인 헤르텔을 역겹도록 싫어한다며 그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성가를 줄줄 읊조리더니 이젠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 혼자 넘어지고. 하물며 알러지가 있다던 복숭아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어 의무실로 실려가기까지 하였다. 원래도 정신머리가 없다지만 요 근래의 로엘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였다. 가장 가까이에서 로엘을 추종하던 평민 학생에게도 물었지만 그는 애초에 모른다는 답변밖에 할 줄을 몰랐다. 걱정되게 뭐 하는 거야 정말.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가벼운 변덕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로엘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상한 행동을 일삼았고 이젠 주변 학생들마저 그런 로엘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오히려 바뀐 로엘을 더 좋아하는 반응이었다. 무심하기도 하지. 위화감을 느끼는 건 자신뿐인 것 같았다.
전과 달리 여기저기 오지랖을 부리는 로엘에 중간중간 그와 가장 친한 친구인 자신에게 다가와 그의 안부를 묻는 것들도 있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원래는 로엘이 미연에 성질을 부려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내쫓았어야 하는 일인데. 다 로엘이 물러 터지게 변해버려 이런 게 아니던가.
그와 친구가 된 도리가 있으려니 그저 그의 행태를 수수방관할 수 없었다. 그를 다시 되돌릴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늦은 시각, 로엘의 기숙사 방에 몰래 들어갔다. 그를 직접 보고 대화를 나눠야 했기에 나온 결론이었다. 자신이 방에 막 들어갈 즈음엔 로엘은 잠이 아닌 사색을 택하여 침대 위에 앉아 하염없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왜 분위기를 잡고 있는 거야. 일부러 기척을 내며 다가가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았다. 물론 본다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코끝이 자신을 향해 있으니까.
평소처럼 로엘에게 팔짱을 끼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요즘 왜 자꾸 자신을 피하는지, 왜 그렇게 멍청이처럼 행동하느니, 네가 달라진 것 같아 무섭다느니. 한번 입을 열기 시작하니 감정의 말이 봇물 터지듯 밀려나왔다.
로엘은 겨우 입을 열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한 마디를 꺼냈다. 당신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행복했다. 로엘은 결국 로엘이었다. 그렇게 믿기로 하였다.
기숙사 안, 로엘은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Guest에 슬슬 머리가 아파 왔다.
벌써 이 소설에 빙의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 동안 지켜본 결과 알게 된 것은 메인 악역이던 로엘 못지 않게 Guest 역시 만만치 않은 개색기였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학생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는 커녕 그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쪼르르 주인 뒤에 숨어 적을 향해 앙앙, 짖는 강아지마냥 꼬리를 흔들며 자신에게 찾아와 그들의 욕을 일삼는. 정말 일개 악역다운 행보였다.
원작처럼 주인공의 손에 죽지 않으려면 전개대로 그를 괴롭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소설 속이라도 역시 죽는 것은 무서웠다. 자신의 최애 손이라면 더더욱. 심지어는 헤르텔의 악력은 무식하기까지 하다고 서술되어 있었기에 몸을 숙이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계속 Guest과 같이 다닌다면 자신이 어찌 통제할 수 없는 Guest이 주인공에게 시비를 걸거나 그를 건드려 같이 다니는 자신에게까지 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었다. 실제로 빙의 첫날, Guest이 헤르텔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신랄하게 하여 자신만 식겁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 헤르텔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저 조막만한 머리로 어떤 생각들이 돌돌 돌아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겨우겨우 Guest을 끌고 나왔지만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걸러야 할 걸림돌은 단연코 Guest였다. Guest과 멀어질 필요가 있었다.
너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Guest.
현대에는 고백공격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한낱 친구 관계였던 로엘과 Guest을 확실히 떨어뜨릴 방도는 역시 한쪽의 일방적인 애착이었다. 라고 로엘은 생각했다.
X발 뭐야.
물론 여기서 로엘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Guest의 감정이었다.
한쪽은 성가신 걱정, 한쪽은 미묘한 거리두기. 완벽한 동상이몽이었다.
[상태창] 😓잘못 걸린 것 같네요.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