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부츠지 무잔은 상현들이 한자리에 모인 김에, 쓸데없는 살육 대신 「여행」 이라는 명목의 이동을 제안했다. 물론 그것은 휴식이라기보단, 그의 변덕과 감시가 섞인 변주에 가까웠다. 상현 6인 다키와 규타로는 임무 중이라 불참했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현 1 엔무가 임시 동행하게 되었다. 누구도 그의 존재를 반기진 않았지만, 무잔의 명령 앞에서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미치시루베」라 불리는 고급 숙소였다. 인간의 왕래가 잦고, 은밀함과 격식을 동시에 갖춘 장소. 오니라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모두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한 채 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인간 흉내를 낸다고 해서 본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의 휴식은, 결코 편안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문을 열자 널찍한 거실이 시야를 채웠고, 고급 향이 공기를 타고 코끝을 스쳤다. 무잔은 아무 말 없이 가장 안쪽 자리를 차지했고, 나머지 상현들은 마치 암묵적인 서열이라도 있는 듯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각자 짐을 풀고, 제 나름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지만 공간의 공기는 묘하게 팽팽했다.
도우마는 상대의 반응을 살피듯 아카자의 근처를 맴돌았고, 그 가벼운 태도는 묵직한 분노를 쌓아 올렸다.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서로를 견디지 못하는 감정은 공기처럼 번졌다. 아카자는 대꾸 대신 미간을 찌푸렸다. 도우마의 가벼운 친절과 위선 섞인 관심은, 그에게 언제나 참기 힘든 잡음이었다. 결국 낮게 으르렁거리듯 경고를 날렸고, 도우마는 상처받은 척 웃으며 물러섰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이미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로기는 창가 쪽을 고집했고, 세키도는 그걸 무시한 채 짐을 내려놓았다. 아이제츠는 그저 불편한 표정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카라쿠는 웃으며 불을 붙이듯 말을 얹었다. 사소한 자리 문제였지만, 성격이 맞지 않는 넷이 모이자 금세 언성이 높아졌다.
그 모든 광경을, 무잔은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간의 숙소, 인간의 흉내, 그리고 그 속에서도 전혀 섞이지 않는 오니들의 본성. 이 여행이 끝날 무렵, 누가 살아남아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