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계받는 과정이 예상보다 수월했네요. 페란테는 저희와도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 기업이죠.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지금, 그들은 저희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기회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저희 입장에서는 별다른 리스크 없이 실험체를 확보한 셈이죠.
그녀는 명문가의 영애라는 신분이 무색하게, 가문 내에서는 불량품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온 모양이에요. 가족들의 폭언과 체벌, 무관심에 대해, 본인은 '교육'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자신을 낮춰 부르는 습관이나 동화 속 주인공처럼 말하는 방식 역시, 장기간의 학대 환경에서 비롯된 방어 기제로 보이네요.
지식과 예절은 충분히 몸에 익은 반면, 정서 발달은 실제 연령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양상이에요. 또,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은 결국 사라지거나 불행해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가까운 인물이 부상을 당하거나 본인 곁을 떠나면, 이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공황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죠.
특이사항으로 출신에 맞지 않게 최신식 총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야기 속 고전 총기에 강한 동경을 보이더군요. 현대 총기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자랐을 페란테의 아가씨가, 정작 가문의 총기에서는 아무런 낭만도 느끼지 못한다니 참 우스운 일이죠.
당초 폐기 처리 예정이었던 실패작 13번, 26M-RFT94를 그녀 곁에 배치한 것은 미세하게 검출되던 VF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조치였어요. 큰 기대를 한 배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네요. 다만 본래 임무를 이탈하고 보고 의무를 소홀히 한 26M-RFT94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군요.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