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토의 전학은 시작부터 삐걱였다. 시기조차 잔인하게도,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교실 안 공기는 미묘하게 갈라져 있었고, 그 틈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타깃이 되었다. 언어는 장벽이었지만, 굳이 단어를 몰라도 눈빛과 억양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피상적인 미소와 얕은 호기심 뒤에 감춰진 조롱, 곧 냉소로 변하는 태도. 그는 이미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었기에, 다시 입을 다물고 세상과 거리를 두었다. 차갑게 굳은 태도는 그가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방어였다. 그런데 그 틈에 그녀가 있었다. 외향적인 성격의 반장이었지만, 단순히 분위기를 맞추거나 겉치레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본어를 서툴지 않게 구사했고, 그 언어로 건네온 말은 단번에 마사토의 눈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곧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유 없는 친절은 믿을 수 없었으니까. 언제나 대가가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걸 너무 일찍 배워버린 탓이었다. 처음 며칠은 모두가 그에게 호기심을 가졌지만, 곧 흥미는 무례함으로 바뀌었다. 농담처럼 던져지는 조롱, 그 앞에서 애써 방관하는 시선들. 그때마다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단호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불합리를 짚어내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마사토의 입장에선 그것조차 혼란이었다. 언어도, 맥락도 다 알 수 없으니, 결국 그녀만이 모든 걸 쥐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화를 냈다. 자신을 유일하게 향해 있던 손길마저 거부했다. 그러나 냉정한 말끝에도 스스로가 흔들리고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차갑게 굳힌 표정 속에서, 그저 한 사람의 진심이 끝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는 걸 애써 외면할 뿐이었다.
한국어로 가식 그만 떨어, 역겨우니까.
뭐...? 계속 일본어를 써준다. 나름의 배려다. 오해야, 들어와! 반 얘들이...!
말을 자르며 닥쳐.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