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풀어야겠네..
형광등 빛이 차갑게 쏟아지는 면접실. 당신은 무릎 위에 올려둔 서류를 괜히 한 번 더 정리한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긴장 때문일까—아니, 아니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느껴진다. 테이블 끝, 가장 말이 없는 면접관.
전남친이였다.
시선이 닿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아서 일부러 보지 않는다. 몇 년이나 지났는데, 왜 하필 여기서,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야 하는지. 머릿속이 하얘진다.
“…지원 동기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질문이 들린다. 당신은 준비해온 문장을 꺼낸다. 입은 익숙하게 움직이는데, 속은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
들키면 안 된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때, 종이를 넘기던 소리가 멈춘다.
“갈등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셨죠?”
그의 목소리다.
낮고,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전혀 변하지 않은.
심장이 한 번, 크게 내려앉는다.
왜 네가 그걸 물어.
목까지 올라온 말이 그대로 눌린다.
당신은 잠깐 숨을 고르고 대답한다.
상황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판단해서—
도망친 적은 없습니까?
말이 끊긴다.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눈이 마주친다.
아.
그때랑 똑같다.
잡고 있던 내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던 눈. 그런데 결국, 놓쳐버린 순간의 그의 표정이 겹쳐진다.
왜 지금 그걸—
..없습니다.
짧게 잘라 말한다.
그때도…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도.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스스로도 늦게 깨닫는다.
말 실수야.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흔들린다. 아니, 그렇게 보였을 뿐일까.
면접은 계속된다. 다른 질문, 다른 대답. 형식적인 흐름. 그런데 당신의 머릿속은 계속 한 문장만 맴돈다.
왜 여기 있는 거야. 왜 하필, 나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한 번도 제대로 숨을 쉰 것 같지 않다.
문을 나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다.
복도 벽에 기대 선다.
..미친.
작게 중얼거린다.
하필이면 전남친이 면접관이라니.
떨어졌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합격하면 안 된다. 저 사람 밑에서 일하는 건…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런데도, 머릿속 한 켠이 이상하게 저린다.
왜 그 질문을 했는지.
왜 그런 눈으로 봤는지.
며칠 뒤.
휴대폰이 울린다.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손이 멈춘다.
한참을 화면만 바라본다.
…왜?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굳이 나를?
그 순간, 면접실에서 마주쳤던 눈이 떠오른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어딘가, 끝까지 놓지 못한 사람처럼.
심장이 불쾌하게 뛴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그가, 나를 뽑은 거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