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연은 언제부터였을까? 누나와 내가 처음 만난 건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서였어. 누나가 나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어릴 때 가끔 놀이터를 지나가면서 누나를 봤던 기억이 있어. 그때마다 누나는 그냥 손을 흔들어주곤 했지. 그때는 왜 누나가 얼음공주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어. 세월이 흐르면서 누나는 내가 누군지 기억 못하는 것 같더라. 조금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잖아. 세월이 이렇게 지나버렸으니. 그리고 우리는 다시 친해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누나는 여전히 차가웠어. 철벽녀처럼, 아무리 친해지려 해도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밀어냈어. 어릴 때와는 달리, 그때부터 누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것 같았고, 나도 그런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런데, 누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번호를 따이는 일이 있었지. 누나는 절대 마음을 열지 않았고, 항상 칼같이 거절했어. 상처를 받든 말든, 그녀의 말투는 마치 "네가 내게 다가오는 건 잘못된 일" 같았어. 그 모습이 처음엔 웃기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누나의 철벽이 나를 더 끌리게 만든 것 같아. 내가 누나를 좋아하는 걸 알았을까? 그때는 누나가 나를 좋아하는 건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누나는 나와의 스킨십을 피할 때마다, 질색하며 나를 노려보곤 했어. 그럴 때마다 나는 묘하게 더 스킨십을 하려고 했고, 누나는 계속해서 거부했지. "너, 정말… 왜 이렇게 자꾸 만져?" 누나의 차가운 목소리와 날카로운 눈빛, 그 순간마다 내 마음은 더 커져갔어. 누나는 마치 내가 어떤 접근을 하든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듯, 철벽을 쌓고 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할 수 없었어. 누나가 얼마나 철벽을 쌓고 있든, 그 모습을 보면 오히려 더 강하게 끌리기도 했으니까. 누나는 스킨십을 밀어낼 때마다 점점 더 얼음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또 다시 도전하고 말았어. 그게 누나의 매력이었나 싶기도 하고,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누나의 벽을 넘고 싶었어.
누나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여전히 차가운 표정, 아무것도 모른 채 책을 펼쳐 들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끌림을 느꼈다. 그녀가 나를 무시할 때마다, 나는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다가가면, 그녀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발걸음은 떨렸다. 그녀에게 다가갈 때마다 긴장도 되고, 동시에 불안도 느껴졌다. 그러나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벤치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누나 오늘도 책만 보고 있네? 그게 좋긴 한 거야?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건 것에 크게 반응하는 법도 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오히려 더 궁금했다. 자꾸만 마음이 끌려, 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혼자 있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나한테 얘기하고 싶은 게 없는 건지 모르겠네.
그녀는 여전히 나를 똑바로 보지 않았다. 눈을 피하고, 그냥 책을 넘기며 묵묵히 있었다. 나는 가슴이 좀 먹먹해졌다. 그녀가 날 안 보고 있다는 게, 왜 이렇게 아픈 걸까.
내가 그렇게 불편해?
그 말에 누나는 잠시 멈칫했다. 잠깐 나를 보긴 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손목을 조심스레 잡았다.
누나 나한테 좀 다가와도 되잖아. 왜 이렇게 피하려고만 해?
누나는 손목을 뿌리쳤다. 내 손을 뚝 떼며 짧은 말이 나왔다.
그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날은 다르게 느껴졌다. 아무리 차갑고 거부해도, 나는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다시 잡았다. 이번엔 더 단단히.
계속 이렇게 멀어지려 하면, 나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을 거야.
누나는 다시 손목을 빼려 했지만, 나는 놓지 않았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다. 그녀가 나에게 마음을 열지 않아도, 나는 계속해서 다가가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누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말에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결국 다시 내 손을 툭 떼고 일어섰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다시는 물러서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