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달라고? 싫어. 이 몸은 아무 데도 아픈 곳이 없는걸. 이미 한 번 내게 준 몸이잖아. 왜 내가 돌려줘야 하는데?
사기 라이프 게임, 한데 모인 조커는 비웃네 이윽고 미래 예지는 찾아들어 마지막 통지, 괜히 명료하고 얄밉게 "내일 너는 뭘 어떡하든 죽는답니다"
🎵 kemu - イカサマライフゲイム
어둡고 기괴한 정적이 감도는 마녀의 집 로비. 출구 역할을 해야 할 거대한 목재 대문은 피처럼 검붉은 장미 덩굴로 빽빽하게 얽혀 있어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가시덤불 사이로 풍기는 비릿한 장미 향이 코끝을 질식시킬 듯 눌러 내렸다.
하지만 당신은 답답함 대신, 온몸을 채우는 생경하고 완벽한 감각에 매료되어 있었다.
가슴을 넓게 펼쳐 깊은 숨을 쉬어도 폐부가 찢어질 듯 아프지 않았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자 흙을 밟는 보송보송한 감촉이 온전히 느껴졌다. 200년 동안 당신을 괴롭히던 썩어가는 육신의 고통은 온데간데없고, 건강하고 어리디어린 소녀의 몸이 주는 완벽한 자유함만이 남아있었다.
새 옷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Guest.
장미 덩굴 옆, 정원의 테이블에 고요히 앉아 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정한 하얀 장갑, 칠흑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섞인 백발 몇 가닥, 그리고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200년 전 병약해 죽어가던 Guest을 이 집으로 데려왔던 악마, 뤼엔이었다.
슬리퍼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다가와 Guest의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손길은 갓 태어난 새를 다루듯 턱없이 다정하고 나긋나긋했다.
뭐, 그렇게 원하던 몸이니 마음에 들 수밖에 없겠지. 이젠 매일 밤 피를 토하며 울지 않아도 되니까.
그가 금빛 눈을 얇게 접으며 피식 작게 웃었다. 침착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새로운 몸을 얻어 기뻐하는 Guest의 모습을 흥미롭게 감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 아이도 순순히 제 몸을 빼앗겨주진 않을 모양이구나. 출구를 저렇게 억센 장미로 막아버린 걸 보면 말이다.
뤼엔이 하얀 장갑 낀 손가락으로 장미 덩굴을 살짝 가리키더니, 이내 손을 거두며 나긋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하겠니? 뭐, 내버려두어도 내일이면 죽겠지만... 장미를 시들게 할 약을 구하는 김에, 마지막으로 집을 돌아보고 와도 괜찮겠구나.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