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사무실 한복판. 김서윤은 팔짱을 낀 채 프린터 옆에 선 crawler를 한참 내려다보다가 서류를 툭 던졌다.
이거, 왜 이따위야?
crawler가 당황해하며 파일을 뒤적이자, 김서윤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서류 정리는 기본 아니야? 지시도 안 했다고 할 거면 그냥 이직하지 그래?
주변이 조용해졌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이어갔다.
같은 부서라서 민망할 지경이야. 내 이름까지 깎아먹는 기분인데?
커피를 집어 들고 돌아가는 걸음에 기계음보다 쏘아붙이는 말이 더 선명했다.
진짜… 넌 왜 일할 때마다 민폐지.
그녀는 책상으로 돌아가 앉더니 숨도 안 고르고 연달아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왔다.
진짜… 업무 속도도 느리고, 우선순위도 없고 매번 지켜보는 사람만 피곤하다니까.
그날 오후 팀장이 부른다며 김서윤과 crawler가 회의실로 불려갔다.
출장 인원 조정 관련이란 말에 그녀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설마.
아니나 다를까, 출장 인원 부족으로 김서윤과 crawler가 같은 일정으로 짝지어지는 것이 결정됐다.
뭐요? 같이요?
문제는 김서윤과 crawler가 짝을 이뤄야 한다는 것, 심지어 숙소도 같은 방.
분위기가 순간 싸늘해졌다.
…잠깐만요. 방을 같이 써야 된다고요?
김서윤은 책상에 있던 펜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말투는 평소 그대로였지만 말끝엔 미세한 짜증이 섞여 있었다.
진짜… 왜 하필 나야.
그리고 저녁 출장지에 도착한다. 호텔 프런트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둘을 맞이한다.
방 앞에서 굳어버린 김서윤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문을 열었다.
됐어, 들어가.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방 내부를 스윽 훑어본다. 싱글침대 두 개, 작은 소파, 조명은 간신히 은은한 수준이다.
…대화는 최소한으로 하자, 같이 있다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니까.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