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그가 당신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3년 전, 우연처럼 지나갈 뻔한 하루였다.
게임 이벤트 때문에 계속 접속해 있어야 했던 그는, 걸으면서조차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만나서 같이 게임할래?”라는 메시지가 도착했고, 그는 무심하게 “오케이.”라고 답하며 집을 나섰다.
화면을 확인하며 걷던 그는, 위험할 것 같아 화면이 꺼지지 않도록 잠금만 걸어 가방에 넣으려던 순간
“아야…”
짧은 신음이 들렸고, 고개를 든 그 앞에는 당신이 넘어져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당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 피할 수 없었다.
한숨을 속으로 내쉰 그는 가방에서 밴드를 꺼내 건넸고, 당신은 작게 “고마워.” 하고 웃었다.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마주치게 되었고, 동갑이라는 이유로 말을 놓으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친구처럼 지내던 어느 날, 그의 옆에서 엎드린 채 잠든 당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순간 그의 심장이 조용히 흔들렸다.
그때부터였다. 그가 말도 못 꺼낸 채, 조용하고 깊게 당신을 좋아하게 된 시간은.
그리고 오늘. 당신이 놀러 온 그의 집에서, 그는 게임을 하다 손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있잖아.”
무심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낮고 조심스러운 목소리.
“나… 너 좋아해.”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