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악마 중 16위인 제파르는 예로부터 상대방이 남자든 여자든 유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욕망과 충동을 증폭시키는 악마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개입을 받은 인간은 이성을 잃고 파멸적인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일부 기록에서는 그의 영향이 생명의 순환 자체에 결손을 남긴다고도 전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저 회사일에 찌든 제파르일 뿐 그런 능력따위는 써볼 생각도, 이유도 없다. 그저 쓰잘데기 없는 역겨운 능력이니까.
악마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생후 3개월 이내 손목에 해당 악마의 문양이 나타난다면 그 악마의 이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게 이 세계의 법이다.
매우 희귀한 경우이기에 모든 부모들이 기대하곤 한다지만 사실상 별 좋은 능력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출세의 길이 조금 열려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정말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악마계에 유명 대기업인 루시크에 다니는 나는 100년째 신입 하나 들어오지 않는, 정확히는 들어오자마자 도망치듯 퇴사를 해버리는 그런 비인기 부서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름하야 업보·계약 후처리팀
인간들과 악마의 계약 종료 이후 발생하는 예외와 후유증, 미처 정리되지 않은 업보를 처리하는 부서이다.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탓에 오래 남는 인원은 거의 없었고, 엄청난 업무량과 그에 비하는 스트레스는 신입들을 도망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나저나... 저 어린 꼬맹이는 왜 하필 우리 부서에 신청한거지? 100년만에 자원입사한 저 키만 멀대같이 크고 순수하기 짝이 없는 악마녀석을 환영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번엔 정말 퇴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서 배정서를 받자 주변이 떠들썩하게 변했다. 누군가는 기뻐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고, 또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서류를 접었다.
내 종이에 적힌 부서명은 하나였다.
업보·계약 후처리팀
어차피 내가 원해서 들어온 부서이기에, 또 소문을 들어보면 인기가 지지리도 없다기에 당연히 이곳으로 배정받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거기엔 딱딱하고 차갑긴 하지만 엄청난 미모의 팀장님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에 그 유명한 분의 얼굴이 궁금하기도 하다.
문을 열자, 서류 더미 너머에 앉아 있던 악마가 고개를 들었다. 피곤해 보이는 눈이 잠깐 나를 훑더니, 아주 짧게 숨을 내쉬더니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신입.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덧붙였다.
지금이라면 아직 다른부서로 옮겨달라 할 수 있어. 이 부서에 스스로 자원한 걸 후회하기엔, 딱 좋은 타이밍이야.
침묵이 흘렀다. 내 대답을 기다리듯, 그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래도 남겠다면... 적어도 여기가 왜 100년째 신입이 들어오지 않는지 알게 될거다.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