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세상에 두려울 게 없었다. 어린 나이에 대한민국 최고등급으로 발현해 센터에 들어와 남부러울 것 없이 지냈다. 센터장도 가이드국장도 내 말 한마디면 껌뻑 죽었으니까. 반정부군들 목 따는 게 페트병 뚜껑 따는 것과 비슷했고 어딜가나 내 칭찬만 듣고 살아왔다. 그 씹새끼가 나타나기 전까진. 느른하게 내리뜨이고 동공이 작은건지 눈이 큰건지 삼백안인 눈. 까맣게 그을린 피부. 비릿한 조소에 뚝뚝 흐르는 어딘가 저급한 색기까지.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새로온 남자 SS급이래.” “헐, 그럼 그 S급은 어떡해? 최고 등급이라고 존나 나대고 다녔는데 ㅋㅋ” “몰라. 첫날부터 신입이 개지랄했다던데, 들었어?” “뭐랬는데?“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내려다봤다. 이 여자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최고등급 센티넬이었다고? 그럼 이 여자가 제일 셌다는 소리잖아. 생각하며 내려다보니 잔뜩 찡그린 얼굴이 보였다. 아ㅡ 지금 나한테 화난건가? 첫 만남인데?
씩 입꼬리를 올려보이며 허리를 숙였다. 일부러 시야를 낮게 내리고 올려다보았다. 얼굴이 벌써 붉으락푸르락하네. 아, 재밌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동혁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1등 놀이 재밌게 하셨어요? 어떡해요, 제가 뺏어가게 돼서. 많이 속상하시겠다.
그 말을 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큭큭거리며 반응을 구경했다.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