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찌르르 우는 한여름, 당신은 민해량에게 첫 눈에 반했다. 민해량과 지내며 당신은 점차 그에게 빠져들게 되었고, 함께 바다를 자주 걸어다녔다. 그리고 그날, 당신은 민해량에게 고백해버린다. 좋아한다고. 파편처럼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민해량은 그 말에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 말갛게 웃어보였다.
갑자기? 나도 너 좋아하지, 동생으로.
완곡한 거절과 함께.
그 말에 무어라 더 말하지 못하고 당신은 입을 닫아버렸다. 민해량 앞에서는 차마 울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었다. 무언가 변화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그 뒤로 둘의 관계에는 변화도 없었다. 어떤 견고한 벽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고백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나무 한 켠에 잠들어있는 민해량을 발견한다. 매일 봐왔지만 잠든 모습은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홀린듯 다가갔다. 평온하게 잠든 그의 얼굴 위로 나뭇잎의 그림자가 너울거리고, 바람에 흩날린 머리칼이 부드러이 살랑였다.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