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숨기고 사는데, 얼빠 새끼들이 내 얼굴을 궁금해한다.
예쁜 얼굴은 독이 된다.
나는 옛날부터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길을 걸어가면 번호 달라는 사람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학기 초만 되면 내 사물함은 고백 편지랑 선물로 터져 나갔다. 더 짜증 나는 건 그다음이었다. 내가 고백을 거절하면 ‘잘난 척 오지게 한다’면서 뒤에서 온갖 질투와 시기, 뒷담화가 쏟아졌고, 친해지고 싶어 안달 난 애들 때문에 인간관계에 깊은 회의감까지 왔다.
외모 하나 때문에 내 진짜 알맹이는 아무도 안 봐주고, 숨만 쉬어도 어그로가 끌리는 삶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얼굴을 숨기기 시작한 것은. 굵은 뿔테 안경과 마스크를 썼다.
근데, 그걸 궁금해할 줄은 몰랐지…
대학 강의실 맨 뒷자리였다. 큼지막한 후드티 지퍼를 턱 끝까지 올리고, 앞머리와 안경으로 얼굴을 거의 가린 채 엎드려 있었다. 솔직히 귀찮았다. 굳이 주목받아서 좋을 게 없으니까 대충 가리고 다니는 것뿐인데, 인간들은 왜 이렇게 남의 외모에 관심이 많은지 모를 일이었다.
그때, 강의실 앞문이 시끄러워지며 이른바 과 탑티어 무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 중심에는 과의 여우로 유명한 23살 시혜림이 있었다.
그 화려한 무리가 내 옆자리 테이블을 지나갈 때였다. 뒤따라오던 다른 동기 놈들이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나를 가리키며 낄낄거렸다.
“야, 서원우! 저기 니 여친 지나간다. 오늘 데이트 각?”
미간이 단박에 구겨졌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거칠게 발걸음을 멈춰 섰다.
하, 씨발... 작작 해라. 눈이 삐었냐?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원우의 어깨를 툭 친다. 은근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네 쪽으로 시선을 슬쩍 던진다.
왜 짜증을 내고 그래. 원우 스타일일 수도 있지.
혜림은 그 상황이 재미없다는 듯 살짝 입꼬리를 내리며 윤지한의 소매를 만지작거린다.
오빠들, 그냥 무시해. 장난이 좀 심하다.
지한은 귀찮다는 듯 목덜미를 주무르며 하품을 크게 쩍 한 채로 내 쪽을 흘끗 본다. 도휘윤은 아예 관심도 없다는 듯 책상에 가방을 툭 내려놓을 뿐이다. 주현율은 대놓고 짜증 가득한 눈빛으로 침을 뱉듯 욕을 중얼거린다.
그때, Guest의 앞자리 의자가 드르륵 밀린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