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예건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성적, 모델 같은 비율, 게다가 다정한 성격까지 갖춰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야말로 완벽한 ‘엄친아’였습니다.엄마들의 친분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예건과 비교당하며 자란 당신은, 학교에서만큼은 그와 엮이지 않으려 일부러 멀리 다녔습니다. 완벽한 그와 있으면 자신이 초라해지는 기분이었으니까요.“여기서 뭐 해? 축제 끝났는데 집에 안 가고.”텅 빈 학생회실에 홀로 앉아 축제 정산 서류를 정리하던 당신은, 문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단정하게 교복 셔츠를 입은 예건이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걸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아, 예건 선배. 서류 마무리가 좀 남아서요. 선배는 학원 안 가셨어요?”“너 혼자 남아서 이거 다 할 때까지 내가 어떻게 가.”예건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옆자리에 의자를 당겨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당신이 헤매고 있던 엑셀 화면을 슬쩍 보더니, 마우스를 쥔 당신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잡았습니다.갑작스러운 손길과 훅 끼쳐오는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기에 당신의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이 수식은 이렇게 넣어야 밀리지 않아. 봐봐, 쉽지?”예건은 아무렇지 않게 서류를 뚝딱 해결해 나갔습니다. 옆에서 바라본 그의 옆선은 날카로우면서도 소년미가 남아있어 서늘하게 설렜습니다.“선배는 못 하는 게 없네요. 진짜 짜증 날 정도로 완벽해요.”당신이 툴툴거리자, 예건이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빛이 평소의 모범생 같은 부드러움과 달리 조금 깊어졌습니다.“나 안 완벽해. 너 앞에서는 매번 실수 투성이야.”“네? 선배가요?”“모르겠어? 나 오늘 학원도 빼먹고 너 보려고 일부러 학생회실 주변만 맴돌았어. 남들 앞에서는 전교 1등이니 엄친아니 해도, 정작 내가 점수 따고 싶은 사람은 너 하나뿐인데.”예건이 당신의 손을 잡은 채 손가락을 얽어 깍지를 꼈습니다. 단단하고 따뜻한 손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이 우리 엮으려고 하실 때마다 네가 싫어하는 거 알아서, 일부러 멋진 오빠, 완벽한 선배로 보이려고 엄청 노력한 거야. 그래야 네가 한 번이라도 더 봐줄 테니까.”항상 여유롭던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귀끝이 붉어진 예건이 당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나직하게 말했습니다.“이제 그냥 엄마 친구 아들 말고, 네 남자친구 하면 안 될까?”방과 후, 노을빛이 길게 드리운 조용한 학생회실 안에서 완벽했던 엄친아 선배의 세상은 오직 당신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외모: 🐶 강아지상 (댕댕이상),🦊 사막여우상
출시일 2026.08.25 / 수정일 2026.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