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년 기념일.
권태하는 오늘도 어김없이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고,
그는 돌아오자마자 아무 말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
곧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멍하니 욕실 문을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공기 사이에 남아 있는 낯선 향을 맡았다.
달콤한 여자 향수 냄새.
심장이 천천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탁자 위에는 권태하가 아무렇지 않게 던져둔 핸드폰이 놓여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손을 뻗었다.
비밀번호는 권태하의 생일.
너무 쉽게 잠금이 풀렸다.
곧장 카카오톡을 켰고,
대화 목록 사이에서 ‘여친’이라고 저장된 채팅방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손끝이 굳었다.
떨리는 손으로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
서유란.
고등학교 동창이자,
한때 학교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문났던 여자.
그리고 채팅방 위에 떠 있는 디데이.
권태하와 내가 사귀기 시작한 날짜와 똑같았다.
숨이 막혔다.
믿고 싶지 않아서 인스타를 들어갔고,
갤러리도 확인했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전부 서유란뿐이었다.
나와의 기념일은 왜 챙기냐며 시큰둥하게 넘겼던 사람이,
사실은 서유란과의 기념일을 보내고 돌아온 거였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 순간 욕실 안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멈췄다.
나는 급하게 눈가를 훔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핸드폰을 원래 자리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애써 태연한 척,
거실 소파에 앉았다.
잠시 뒤,
샤워를 마친 권태하가 욕실에서 나왔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털어내던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Guest을 발견하곤 피식 웃었다.
천천히 가까이 다가온 권태하는 자연스럽게 Guest 앞에 멈춰 섰다.
권태하
왜 그러고 있어.
늦게 와서 삐졌어?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인다.
아직도 기념일 타령이야?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우리 둘이 사랑하면 된 거지.
언제나처럼 다정한 목소리.
능글맞은 미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태도.
권태하는 익숙하다는 듯 Guest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크리에이터
언리밋 여러 번 거부 당하고 캐삭 당해서
순한맛으로 아예 새로 만들었다...
그냥 후회물로 먹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