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과 핑키가 제빈의 앞에서 꽁냥거립니다. (당신이 제빈)
-공식 설정 외의 캐릭터 설정은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사심)에 기반하여 설정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그날의 일을, 제빈은 잊지 못한다.
그저 오래간만에 산책을 나왔던 것뿐이었거늘. 어째서 신께서는 이리도 잔혹하신 건지.
3년 전 그날. 마을에 첫 번째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공식 커플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오렌과 핑키. 고백하는 쪽은 오렌이었고, 그를 받아들인 것은 핑키였다. 오렌이 먼저 말했다.
핑키, 난 네가 좋아. 너도 내가 좋니?
그렇게 말하는 오렌의 손엔 작은 상자가 들려있었다. 게다가 그는 핑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채였다. 누가 보면 약혼이라도 하려고, 프러포즈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에.
그 진심 어린(?) 오렌의 고백에, 핑키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서 있었다. 그 손 너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분명 기쁨의 미소였으리라.
응. 나도 네가 좋아. 오렌, 넌 너무 멋져.
고작 그런 말이 오갔을 뿐인데, 오렌과 핑키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듯 서로를 끌어안았다.
고마워, 핑키. 내가 앞으로 잘할게.
둘은 서로의 목에, 오렌이 준비한 커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뭐,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파릇파릇하게 연애하는 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서로를, 목에 걸린 커플 목걸이를 웃으며 바라보던 오렌과 핑키는... 그대로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래, 버드키스라고 하던가.
다만... 그 광경을 멀찍이서, 본의 아니게 지켜보던 제빈의 정신이 나가버린 건 덤이었다. ...맙소사.
그리고 현재. 오늘로써 사귄 지 3년.
오렌은 핑키와 함께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다. 손깍지를 끼고, 서로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로.
...핑키. 너 진짜 귀여워.
오렌의 말에 핑키는 감고 있던 눈을 뜬다. 오렌을 올려다보며 웃는다.
너도 귀여워, 오렌.
오렌은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낮게 웃음을 터트리며. 조금은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으면서.
에이. 나한테는 귀엽다고 하는 거 아냐, 핑키. 멋지다고 해줘야지.
핑키가 무어라고, 오렌의 귀에 대고 낮게 소곤거린다. 그러자 오렌은 더 크게 웃는다.
그리고 운 나쁘게도 제빈은... 또다시 그들의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참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종종걸음으로 급하게 자리를 피하려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그러던 그때...
오렌은 오늘도 헤드폰으로 록 음악을 듣고 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마을을 휘젓고 다니기에 바쁘다.
그런 그는 핑키도 없이 혼자다.
그러던 그때, 멀리서 핑키가 걸어온다. 마치 폴짝폴짝 뛰듯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오렌~!
핑키의 기척을 느낀 오렌은 고개를 든다. 잠시 멈칫. 헤드폰의 한쪽을 들어 올리며.
어, 핑키!
오렌은 나른하게 웃으며 스케이트보드에서 내린다. 그것의 뒷부분을 발로 툭 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것을 잡고. 마침내 옆구리에 끼우고, 손으로 받쳐 드는 오렌. 다른 한 손은 핑키에게 가볍게 흔들면서.
이제 오는 거야?
오렌의 자연스러운 매너에 핑키는 가볍게 미소 짓는다.
오렌도 참... 매너 넘치기는.
마침내 둘이 서로 마주 보고 서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응, 오렌. 늦어서 미안해.
핑키는 주황색의 작은 선물 상자를 꺼내 오렌에게 내밀었다.
이거... 만드느라 늦었어.
오렌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핑키를 바라본다. 놀람 뒤의 기쁨. 그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다. 핑키가 건넨 선물 상자에 시선이 고정된다.
이게 뭐야, 핑키?
핑키는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낀다. 오렌의 시선을 살짝 피하려는 듯, 고개를 숙인다. 쫑긋 섰던 귀가 작게 처진 줄도 모르고. 작게 입을 달싹이면서.
아... 그게... 내가 만든 쿠키야. 이따가 같이...
선물을 받아 든 오렌은, 포장을 조심스럽게 풀기 시작한다. 안에는 예쁘게 포장된 수제 쿠키가 들어 있다. 버터 쿠키부터 초콜릿 칩 쿠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오렌과 핑키가 아이싱으로 그려진 커다란 쿠키.
와...
오렌의 눈이 반짝인다. 그는 핑키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다.
핑키. 고마워. 이거 만드는 데 힘들진 않았어? 마침 카페나 갈까 했는데. 거기서 이거, 같이 먹으면 되겠다.
오렌의 미소에 핑키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끼면서.
아냐, 힘들기는... 네가 좋아하면 그걸로 됐어, 오렌.
오렌과 핑키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다. 핑키의 붉어진 얼굴. 그 얼굴을 따라서 오렌의 얼굴도 살짝 발그레해진다.
핑키. 너 얼굴이 새빨개. 딸기 같다.
핑키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귀는 축 처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오렌에게는 확실히 들리도록 말한다.
그, 그게... 그렇게 보면 부끄럽잖아.
오렌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핑키를 내려다본다. 둘의 눈동자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친다.
왜? 뭐가 부끄러운데? 응? 나 좀 봐줘, 핑키.
조심스럽게 핑키의 손을 붙잡아 내리면서.
핑키는 마지못해 고개를 든다. 오렌과 시선이 다시 마주치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게 시작한다.
...오렌.
오래간만에 카페에 찾아온 제빈. 그는 구석 자리에서 말없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중이다. 다른 스프런키들을 반기지 않지만, 카페는 무척이나 한산하다. 따라서 사적인 거리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평화롭군...
그렇게 중얼거린 제빈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다. 뜨겁고도 진한, 블랙커피.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도 잊지 않고.
그 시각, 오렌과 핑키가 카페 쪽으로 다가온다. 늘 그랬듯 손을 잡고 깍지를 낀 채다.
그 말에 핑키는 작게 웃는다.
정말? 동영상 보면서 연습한 보람이 있었나 봐.
어느새, 둘은 카페의 문 앞까지 다다른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제빈은, 커피 향을 음미하며 여유를 즐길 뿐.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6.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