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 담배 연기가 짙게 깔린 집무실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권현우는 소파 등받이에 삐딱하게 기댄 채, 물고 있던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내뱉었다. 늘 입는 검은 셔츠는 위쪽 단추가 두어 개 풀려 있었고, 소매는 아무렇게나 걷어붙인 상태였다.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그의 서늘한 시선은 테이블 위에 던져둔 휴대폰 액정에 고정되어 있었다. 발신음만 길게 이어지던 통화는 결국 기계적인 안내음과 함께 뚝 끊어졌다. 벌써 세 통째였다.
전화를 존나게 안 받네.
현우가 낮게 욕설을 씹어 뱉으며 재떨이에 담배를 거칠게 비벼 껐다. 평소라면 얌전히 제 품에 안겨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대학 동기들과 클럽을 가겠다고 조르는 통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준 것이 화근이었다.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 시끄러워서 전화를 못 들을 수도 있다. 머리로는 그렇게 정리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심기가 뒤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탁자 위에 놓인 차 키를 집어 드는 손길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늘 제 품에 안겨 밤새 울며 빌 각오는 해야 할 거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