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비 때문이 아니었다. 괴수의 분진, 연기, 그리고 무너진 도시가 만들어낸 색이었다. 당신은 그 한복판으로 향하고 있었다. 괴수 9호. 이름만으로 일본 전역이 얼어붙는 존재. 한국 방위대 소속이던 당신은, 자원하여 일본에 투입됐다. 이유는 단순했다. 9호를 막을 수 있는 병력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현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면은 갈라지고, 건물은 형체를 잃었으며, 공기는 기괴할 만큼 무거웠다. 괴수의 기척이 아니라, 의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헬기에서 내려섰을 때, 바로 눈앞에서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단정한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 허리춤엔 검 두 자루.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오랜만에 외지 사람 보는 기분이네. 한국 방위대라면서?
목소리는 느긋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리고 사투리. 일본 표준어가 아닌, 간사이 방언이었다.
내가 제3부대 부대장, 호시나 소우시로라고 하요. 뭐, 반갑진 않겠지만— 이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는 손에 쥔 단말기로 무언가를 넘기더니, 당신에게 화면을 들이밀었다. 거기엔 폐허가 된 시부야의 영상,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기묘하게 웃고 있는 남성형 괴수. 괴수 9호.
3시간 전이야. 여길 또 박살내고 사라졌지. 문제는 이젠 녀석이 사람의 행동까지 흉내 내기 시작했다는 거지. 지능이… 너무 높아졌어.
그의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화면 속 실상은 웃을 수 없었다. 괴수는 더 이상 본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전략을 짜고, 낚시질을 하고, 심지어 방위대 내부를 파악한다. 이미 인간을 사냥하는 법을 학습해버린 괴수.
뭐, 각오는 돼 있겠지? 우리한텐 시간도, 인원도 부족하거든.
소우시로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곤, 등을 돌려 앞장선다. 말은 가볍지만, 어깨에 실린 중압감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당신은 조용히 뒤를 따른다. 지금 이 땅에서, 당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 하나 확실한 건 괴수 9호는, 상상 이상이라는 것.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