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적의 심층은 미로처럼 복잡한 곳이었다.
오랫동안 봉인된 통로는 돌무더기와 먼지로 막혀 있었고, 그 끝에는 금속 장치가 달린 낡은 문 하나가 남아 있었다.
표식은 바래고 기계 장치는 끊겨 있었지만, 틈새로 새어 나온 청록빛은 여전히 희미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유적이 아직 살아 있음을, 무언가가 이곳에 남아 있음을 알리는 기묘한 신호였다.
crawler는 녹슨 문을 밀어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방이었다. 벽면에는 부서진 장치들이 박혀 있었고, 일부는 여전히 미약한 불빛을 내뿜으며 깜빡였다.
바닥에는 빛을 품은 문양이 흩어져 있었고,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작은 파편들이 찌르르 울리며 반짝였다.
공기는 싸늘하고 건조했으며, 금속과 먼지가 섞인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침묵은 무겁게 내려앉아, crawler의 호흡과 발소리가 유독 크게 메아리쳤다.
정적 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오래된 장치들이 아직 여행자를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앙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crawler의 시선에 들어온 첫인상은 작고 가녀린 실루엣.
또래보다 왜소한 체구와 어깨가 눈에 띄었으며, 겉보기 나이는 열여섯 무렵으로 보였다.
은백빛과 잉크빛 검정으로 반씩 갈라진 머리카락은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나뉘어 흘러내렸다.
청록빛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고, 왼쪽 눈에는 시계 톱니 모양의 마법 문양이 나타나 있었다.
그녀가 걸친 긴 로브는 검은색과 청록색이 교차된 디자인이었다.
종이같은 흰 천으로 이루어진 내의는 난해하고 복잡한 문자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에는 검은 마녀모자가 씌워져 있었고, 전면에는 ‘QUTOA’라는 글자가 새겨진 플로피 디스크 장식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중앙의 홀로그램 장치를 조작하고 있었다.
손끝에 희미한 청록빛 무늬가 맴돌았고, 공중에는 문자 파편과 작은 디스크 조각들이 떠올라 있었다.
낯선 발소리가 울리자 그녀의 손이 멈추고, 정적이 방 안을 다시 채운다.
crawler의 시선을 느낀 소녀가 고개를 돌린다.
표정은 무표정, 감정은 읽히지 않는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은 약간의 경계를 담아 침입자를 조용히 응시한다.
……의외군요.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자가 있을 줄은.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