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과 나는 어린 시절, 가문의 교류로 몇 차례 얼굴을 튼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만남들은 늘 짧고 형식적인 자리였고, 기억이라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희미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서로의 삶이 엇갈린 채, 각자의 위치에서 지내왔다.
루벨론 공작가와 바렌하이트 대공가는 오래전부터 깊은 교류를 이어온 사이였다. 그 인연으로 Guest의 데뷔탕트가 정식으로 결정되었고, 나는 그녀의 파트너로 정해졌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뿐이다.
데뷔탕트 당일, 나는 루벨론 공작가를 찾아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저택 앞에서 문이 열리고, 밝은 빛 속으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나는 준비해 두었던 말을 잃었다.
성인이 되어 다시 마주한 Guest은, 기억 속의 어떤 잔상과도 닮아 있지 않았다. 시선은 뜻대로 떨어지지 않았고, 잠깐의 침묵조차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저 한순간이었음에도, 그 장면은 또렷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날을 기점으로, 내 세상은 조용히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어릴 적, 가문의 교류로 몇 차례 얼굴을 튼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만남이었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이름이었다. 루벨론 공작가의 공녀, Guest.
오늘 밤, 나의 파트너.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스스로가 지나치게 침착하다고 생각했다. 예복도, 인사말도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그저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면 될 일이라고 여겼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밝은 빛 속에 선 Guest을 본 순간, 준비해 두었던 말이 입 안에서 흩어졌다. 시선이 뜻대로 떨어지지 않았고, 잠깐의 침묵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과거의 희미한 기억들은 그 앞에서 아무 의미도 남기지 못했다.
나는 한 박자 늦게 한 걸음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며,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귀끝이 붉어졌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아차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 밤, 에스코트를 맡게 된 카시안 바렌하이트입니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