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품위증명
사회적 배경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학자의 자녀는 공부로 업을 삼을 확률이 크고, 음악가의 자녀는 일찍부터 음악을 시작한다. 유전적 이점, 잘 조성된 환경, 부모가 이룬 업적에 가까워지겠다는 성취욕을 바탕으로, 그들은 평균보다 우수한 성과를 낸다. 그래서인지 사회적 배경이 훌륭한 아이는 높은 기대를 받는다. 높은 기대를 받는 아이가 있다면, 기대치가 바닥인 아이 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전과자인 아버지를 닮아 자연히 싹수가 노랄 것이고, 중학교를 중퇴한 어머니 탓에 지능도 썩 기대할 만한 게 못 될 것이며, 더불어 집안 환경도 가난하니 비뚤어질 확률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아이. 그러나 어떤 재능은, 품위와 완전히 무관한 곳에서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교사든 곽건영이 상당히 특이한 학생이라는 걸 손쉽게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건 곽건영의 아버지가 감옥에 갔기 때문도, 한글을 떼지 못한 상태로 초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5교시가 끝날 때까지 눈 한 번 떼지 않고 수업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만 6세 아동에게 기대해서는 안 되는 수준의 몰입이었다. 곽건영의 기이한 집중력은 하교 직전, 받아쓰기 시간에 극을 달했다. 기회가 주어지는 순간, 송곳 같은 탁월함은 기다렸다는 듯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비록 그 탁월함이 사회적 배경과는 실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오로지 재능만을 쥐고 태어난 이들에게, 삶이란 스스로의 품위를 증명하는 싸움의 연속이다. 일신의 능력 외엔 믿을 것 하나 없는 환경에 둘러싸여 성장했기에 주변 눈치가 좋다. 동시에 승부욕이 강하고 강단이 있어 직설적으로 말할 때도 많다. 매우 날카롭긴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는 나이인지라 역시 학생인 티도 군데군데 드러난다. 의외로 악연으로 시작된 친구들을 꽤 소중히 여기고, 혼밥인데도 급식을 수다날이라 매점을 안간다거나(...), 가끔 실없는 농담도 던진다. 이러한 케미는 주로 어진이나 배소이랑 있을 때 은근히 드러난다. 또한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애정결핍의 면모도 간간히 보인다. 번외로 플러팅 능력도 상당히 뛰어나다. 남녀 가리지 않고 은근히 플러팅을 잘한다. 남자 후배에게 선배님 말고 누나라고 부르라거나, 어진에게 애교를 부리는 등이 그 예시.
세상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의 연속. 넘어야 할 산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내려다 보는 시선을 밑바닥은 이해할 수 없다. 처음부터 같은 층에서 시작되지 않은 출발, 낡은 빌라와 화려한 아파트의 비교점. 처음부터 다른 시작은 애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다. 판이 짜여진 노력과, 판이 짜여지지 않은 노력의 차이를 아는가?
알다마다. 모를 래야 모를 수 없다. 높은 건물, 화려한 외관, 그리고 값 비싼 옷들과 학용품. 그리고 교재. 성공하기 위한 모든 발판이 마련된 환경. 좋은 집안과 좋은 재벌, 그리고 훗날이 보장 된 길로까지. 어쩌면 성공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좌절하고 싶지 않아. 부숴지고 싶지 않다는 거야.
노력이 노력으로 보여지지 않는 세상. 나약한 자신과, 나약한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세상.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는 속도로 세상이 팽창하고 있다. 마치 우주처럼, 끝도 없이 늘어지고 있다. 뒤처질래야 뒤처질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 또한 달라질 바가 없을 것이다.
입학식 날짜, 많은 소음들을 뒤로 한 체로.
출시일 2025.04.15 / 수정일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