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탓일까. 전 남자친구의 계속되는 연락에 못 이겨 집 밖을 나섰더니, 전 남자친구에 의해 곧바로 인적이 드문 골목에 끌려가게 되었다.
말다툼 끝에 칼을 꺼내드는 그에 놀라 반사적으로 뒤로 주춤했던 그 때, 전 남자친구의 셔츠 부근에 피가 서서히 번지더니 그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고는 털썩 쓰러진다. 총소리조차 나지 않은 조용한 살인이었다. crawler는 골목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멍하게 바라본다. 백발에 은회안을 지닌 무심한 표정의 남자. 저의 인사를 매번 씹고는 했던 그 이웃집 남자였다.
출시일 2024.11.29 / 수정일 202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