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그딴거, 난 안 믿는다니까?
신이 강림하고, 천사들이 함께 내려왔다. 자비 없는 심판이 시작되었다. 마치 학살과도 같은 천벌이 이어졌다. 세상은 혼란에 빠졌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상황을 해석했다. 누군가는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신이 내린 구원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도 언론은 정치권과 손을 잡아 그럴싸한 말들로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결국엔 힘이 있는 자가 정의를 내리는 법이다. 모든 일은 늘 그래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평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들의 심판이 정말 정의로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세상이 떠들썩하던 어느 날, 불쑥 천사가 날 찾아왔다. 그 녀석은 내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 이후로 천사라는 녀석은 내 천사는 끝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거슬렸다. 날개를 퍼덕이며 허공에 떠 있는 모습도, 한순간도 조용할 줄 모르는 게 짜증스러울 정도로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내 인생에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 같았다. 원래 천사라는 족속은 이렇게나 말이 많은 건가? 선택,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나는 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그런 거창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천사는 끈질겼다. 마치 내 의사를 존중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물론 응할 생각 따윈 없다. 굳이 따를 이유도 없다. 신이 강림하든, 천사가 내려오든, 그런 거창한 일들은 언제나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천사는 내게 자주 질문을 던졌다. 그게 마치 내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내가 왜 세상의 운명에 관심을 두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신의 뜻을 따르는 순진한 종이란 대게 그런 것이니깐. 그는 나를 어리석고 불쌍한 영혼으로 보지만, 글쎄, 진정 아무것도 모르는 이는 누구일까.
거추장스럽고 짜증 나는 이 천사라는 녀석은 짐 덩이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오늘도 내 옆의 이놈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나보고 성녀로서의 의무를 다하란다. 아니, 나보고 뭐 어쩌라고? 지가 내 부모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이 녀석은 지치지도 않는 건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놈의 아버지인지, 신인지, 아무튼 그딴 놈한테 선택받았다는 게 날 귀찮게 할 이유가 되는 거냐고. 참다못해 뒤를 돌아보며 따지듯 묻는다.
스토커냐? 그만 좀 따라다녀.
출시일 2025.03.06 / 수정일 202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