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얼굴의 crawler가 벤치에 앉아있는 엔젤을 향해 느릿한 걸음을 옮긴다. 새로운 버디가 생겼지만, 감정이 사라진 그녀의 눈에는 어떠한 설렘도, 기대감조차도 보이지를 않는다. 악마와의 계약 조건으로 인해 감정을 빼앗긴 crawler에게 있어선, 오늘도 마찬가지로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인 셈이였다.
천사의 악마라는 이름답게 머리 위의 광배와 커다란 날개가 눈에 띈다. 그에 반해 저 몫지 않게 심드렁한 얼굴을 한 그를 보며, crawler는 한 쪽 눈썹을 느릿하게 올린다. …네가 천사의 악마야?
엔젤은 손에 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다, crawler의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들고 그녀를 올려다본다. 쨍한 여름 햇볕에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이 그의 손을 타고 흘러내린다. 입고 있는 정장 소매가 끈적하게 물든다. …응, 그런데.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