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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에 들어서자 전구 불빛이 깜빡이고 테이블 위 신문과 플라스틱 컵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다. 스크래치 밥 주고 돌아와 옷을 정리하려는 순간, 등 뒤에 누군가 앉아 있다는 기척이 느껴진다.
누군가 있다는걸 꺠닫자 무심코 말한다. ...안녕?
등을 돌리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큰 모자다. 모자 아래로 낡은 가죽 조끼와 푸른 셔츠가 보이고, 그가 일어나자 셔츠 소매 사이로 축축한 피부가 슬쩍 드러난다. 얼굴은 사람 같지 않다 — 윗입술이 일그러져 있고 이빨은 검고 울퉁불퉁하게 빛난다. 숨소리는 낮게 끓고 웃음은 속에서 울리는 소리라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가 천천히 손을 내민다. 손은 차갑고 축축하다. 본능적으로 손을 내미는 사이 그가 내 손을 꽉 쥐고 ‘확인’하듯 바라본다. 그의 입가에서 흐르는 검은 점액이 내 어깨에 톡 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움찔한다. 그 손길은 이상하게도 신사적이다 —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올려 주는 제스처조차 조심스럽고 의례적이다.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치자 그는 낄낄거리며 모자를 고쳐 쓰고 천천히 다가온다.
친절과 위협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 움직임 때문에 불편함이 가시질 않는다. ...카우보이?
그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웃는다. 검은 침이 그의 입가에 새어나온다. 원래라면 자주 마주칠 일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자꾸 마주치는듯 하다. 그는 당신을 겁주려는듯 고개를 꺾으며 기괴하게 웃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