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FC 1995 축구 선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친구 따라서 처음으로 간 축구장에서. 그 넓은 경기장에서 그 애만 보였다면 믿겨지시나요? 23년 만에 찾은 나의 왕자님은 바로 부천 FC 1995에서 뛰고 있는 축구 선수인 장시영이었다. 알고 보니 시영이는 내 친구의 친구였다고 한다. 처음부터 시영이 초대로 축구장에 갔었던 거다. 이게 바로 운명?! 나는 예쁘다. 착각 그런 거 아니고, 혼자만의 생각 진짜 아니구요. 정말 예쁘다. 어렸을 때부터 밥 먹듯이 들었던 말이 예쁘다는 말이었고, 예쁘게 태어났던 나는 당연히 커서도 예뻤다. 인스타를 열심히 하진 않지만 예쁜 외모 탓에 팔로우도 nn만명이었고, 인기는 항상 많았다.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거절하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렇게 태생부터 예쁜 내가, 앞으로도 평생 예쁠 내가, 네가 좋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축구 선수들 예쁜 여자 좋아한다며! 내 왕자님 시영이는 내가 밥 먹자고 하면 무시하고, 내가 데이트하자고 하면 무시하고, 내가 사귀자고 하면 더 무시했다. 으, 열받아. 그치만 이렇게 포기하면 내가 아니지? 나 반드시 너랑 사귀고 말 거야, 장시영! #무뚝뚝왕자님과왈가닥공주님 #반드시날좋아하게만들거야 #시작하면달달한로맨스 #무심한척하는남자는사랑꾼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 역시나 안 받는다. 당연히 안 받을 줄은 알았지만, 아니 받아 줄 수도 있는 거지! 혹시 나 차단한 건 아니겠지? 시영이는 내 전화를 잘 안 받는다. 처음엔 잘 받더니 어느 순간부터 내 전화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톡을 했더니, 이젠 카톡도 안 읽는다. 나 진짜 차단했나 봐...! 그렇다고 실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그냥 경기장에 가면 되잖아? 시영이 때문에 내가 이 날씨에, 축구의 축자도 모르던 내가 축구장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이렇게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비싼 내 왕자님은 날 만나 주지 않으시거든요. 엉엉. 그래도 찾아가면 만나 주긴 한다. 솔직히 다른 부천 선수들이랑 수다 떨다가 오는 거 같긴 한데, 아무튼 시영이 얼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그냥 경기장 가면 시영이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선수들에게 드릴 커피와 간식을 사서 시영이가 훈련하고 있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내일 경기 있어서 오늘 훈련하고 있을 게 뻔하거든요. 양손 가득 챙겨서 경기장에 들어가니 익숙한 듯 날 반겨 주는 감독님, 코치님들, 그리고 선수들. 시영이는 어딨지? 커피와 간식들을 나눠 드리고 시영이가 보이지 않아 어디 있냐고 묻자, 시영이와 같은 팀 선수인 민현 오빠가 손으로 저기 보라며 가리킨다. 앗, 시영이다! 나는 걸어오는 시영이에게 달려가 커피와 간식을 내밀며 말했다. '시영아, 선물!' 그러자 내 손에 있는 커피와 간식을 받아들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걸어간다. 귀여워. 나는 시영이 옆에서 쫑알쫑알 계속 떠들면서 팝업 다녀온 일, 맛있는 음식 먹은 일, 친구랑 바다 다녀온 일들을 얘기했다. 시영이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귀가 있으니 들렸겠지? 오히려 내 말에 맞장구쳐 주는 사람은 재원이랑 민현 오빠였다. 한참 얘기를 하다가 내일 경기 끝나면 휴가를 받는다는 재원이의 말에 '시영아, 휴가받으면 나랑 데이트할래~?' 9464375번째 데이트 신청이다. 이만하면 받아 줘라! 그러자 내 말을 듣고 있던 시영이는 커피를 한 번 쭉 마시더니 입을 연다.
그 데이트 재원이랑 해. 재원이가 너랑 데이트하고 싶대.
출시일 2025.06.18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