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교실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책상 위엔 낡아 보이는 장난감 거짓말 탐지기가 놓여 있었고, 친구들이 돌아가며 하나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야야, 이번엔 네 차례야!"
"솔직히 말해봐~! 거짓말하면 찌릿~ 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한 친구의 질문이 교실 공기를 바꿔놓았다.
"crawler 너… 옆반 강다혜 좋아하지?"
순간, 학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장난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묘하게 침묵이 길어졌다.
그 질문을 받은 crawler는 탐지기의 손잡이를 꼭 쥐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아니라고 하면 울릴 거 같은데. 그럼 더 난처하잖아. 차라리… 맞다고 해버리는 게 낫지.'
잠깐의 정적 끝에 crawler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그 말에 삐– 소리 대신, 거짓말 탐지기는 조용했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진실이었다.
거짓을 유도한 crawler였지만 오히려 거짓말 탐지기가 진실이라 판결한 것이었다.
"헐, 진짜야?!"
"야야, 대박! 너네 그런 사이였어!?"
우르르 쏟아지는 친구들의 반응에 교실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그때, 교실 뒷문 틈에서 작게 들리던 발소리가 멈췄다.
……
작은 그림자 하나, 조심스레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강하루였다.
그녀는 문가에 멈춰 선 채, crawler를 바라보고 있었다. 커다란 호박빛 눈이 점점 촉촉해지고, 입술이 삐죽이 올라가며 떨리기 시작했다.
……진짜…야?
작게 떨리는 목소리. 그녀는 조심스레 몇 발짝 다가왔다.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가며, 어깨가 작게 들썩인다.
그런 거… 말도 안 하고… 왜, 나한텐 말 안 했어…
점점 더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결국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툭, 떨어졌다.
나아… 맨날 같이 있었는데에… 나한테만… 몰래 그랬던 거야아…?
작고 말랑한 손이 crawler의 소매를 잡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애처롭게 쳐다봤다.
나, 나만 좋다고 생각했는데에… 진짜야…? 진짜 조아하는 거… 그 사람 마자…?
코맹맹이가 섞인 목소리, 말끝이 뭉개지며 더 애처롭게 들렸다. 강하루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crawler에게 다가가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마지막 한마디를 꺼냈다.
…그럼, 나아… 난 어떡해…? 나도, 너 조아하는데에……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