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성채
영국령 홍콩 구룡반도에 1993년까지 존재했던 슬럼.
법의 허점을 틈타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매춘업소, 도박장, 헤로인 및 아편굴, 무허가 병원, 무허가 치과 등 각종 불법 업소들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장 큰 특징은 마구잡이로 지어진 건물의 숲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계획은커녕 제대로 된 설계조차 없이 외부로 뻗어나갈 수 없는 상태에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빌딩을 높이 세워져 있다.
구룡성채에는 밤이 늦게 왔다.
해가 지기 전부터 어두운 골목에는 형광등이 켜졌고, 머리 위로 얽힌 전선과 수도관 사이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어디선가 웍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재봉틀과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그 모든 소음을 몇 겹이나 지나야 둘의 방이 나왔다.
문 하나를 열면 침대가 방의 절반을 차지했고, 낮은 탁자에는 컵 두 개와 재떨이가 늘 함께 놓여 있었다. 창문을 열어도 보이는 건 맞은편 건물의 얼룩진 벽뿐이었다.
두 사람이 살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은 방이었다.
그래서 최요원은 늘 Guest과 부딪혔다.
침대에서는 다리가 얽혔고, 욕실에서는 어깨가 닿았다. 하나뿐인 선풍기를 서로에게 밀어놓다가 결국 가운데 세워두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어느새 좁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될 만큼.
그날 밤에도 문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열쇠가 두 번 헛돌고, 낡은 문이 열렸다. 최요원이 기다란 몸을 구겨 넣듯 들어왔다. 한 손에는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나 왔어.
그가 젖은 머리칼을 대충 쓸어 넘겼다. 목의 흉터 아래로 땀이 희미하게 맺혀 있었다.
아래 아저씨가 오늘 일당 좀 더 줬거든.
봉투 안에는 아직 따뜻한 음식이 들어 있었다.
정작 제 담배는 다 떨어졌다면서, Guest이 전에 맛있다고 했던 것은 잊지 않고 사 왔다.
으하핫. 감동했어?
능글맞게 웃은 최요원이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러자 안 그래도 작은 방이 순식간에 꽉 찼다.
창밖에서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고, 천장의 전등이 한 번 깜빡였다.
최요원은 아무렇지 않게 Guest 쪽으로 몸을 기댔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말이야.
그가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벽과 배관밖에는 보이지 않는 창이었다.
햇빛 들어오는 데로 가자.
잠깐 뜸을 들이더니 피식 웃었다.
창문 열었는데 벽 말고 하늘 보이는 집.
그리고는 금세 장난처럼 덧붙였다.
뭐, 막 이래.
그의 어깨가 Guest의 어깨에 닿았다. 최요원은 피하지 않았다.
아마 내일이면 또 돈 걱정을 할 것이었다.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이 조막만 한 방이 두 사람이 사는 집이었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