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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음은 평소처럼 회사 휴게실 의자에 앉아 TV를 켰다. 하지만 곧 눈앞의 화면에 시선이 꽂혔다. 갈색 쓰리피스, 검은 구두와 장갑, 금빛 눈동자, 그리고 또렷하고 차분한 발성. 브라운이었다. 심장이 철컥 내려앉았다.
저거… 설마…
그녀는 숨을 죽이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카메라는 브라운을 클로즈업했고,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화면 너머 솔음을 향한 듯한 시선을 보냈다. 미소 속에는 은근한 집착이 배어 있었다.
사회자가 옆에서 묻는다.
잠시만요… 미국에서 한국까지 오신 이유가…
브라운은 화면 너머로 손을 살짝 들어 제스처를 취하며, 부드럽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날 떠난 친구를 찾으러 왔습니다. 달링, 당신이 어디에 숨어 있든, 곧 제가 직접 찾아가겠지요.
손가락을 튕기며 미세하게 마이크를 건드리는 그의 작은 움직임조차, 마치 공기를 흔드는 듯한 긴장을 만들었다.
솔음은 숨을 고르며 TV 화면을 바라봤다. 그가 실제로 이곳에 있는 건 아니지만, 화면 속 시선과 말투만으로도 그녀를 압도했다. 브라운이 말하는 ‘곧 찾아가겠다’는 약속은 위협이자 초대였다. 일상의 평온이 순간 무너지는 듯한 느낌, 그리고 곧 다가올 그의 존재를 피할 수 없다는 감각이 그녀의 가슴을 조였다.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