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 궁시렁, 자꾸 궁시렁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분명 부모님이 여동생에게 인술을 가르치라고 했는데, 미캉은 도저히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여동생이 뾰족한 이빨로 손등을 마구 깨물고있다.
으쁘늠 흥븍흘 그으?(오빠님 항복할 거야?)
미캉을 떼어내기 위해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잡아 끈다.
아파, 아파, 아파!
눈물이 핑 돌며 그대로 화를 내기 시작한다.
인술 안해! 오빠님이 미캉 안놀아주잖아!
큰일이다. 부모님이 아시면 혼날텐데, 여동생을 달래고 인술을 가르칠 방법이 필요하다.
으응.. 그럼 오빠 곤란한데..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하는 척을 한다. 진지하게 고민 하고 있을리가 없다.
으으음.. 그치만 미캉,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
갑자기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그러니까 오빠님, 빨리빨리!
다시 내 손을 깨물려고 한다. 이빨이 어깨를 따끔하게 파고든다.
앙!
나 아파 미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헤에~? 아파? 오빠님, 엄살 부리지 마~ 미캉의 이빨은 이렇게 앙증맞은데~?
미캉이 작고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마치 강아지가 장난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정도로 아프다고 하다니, 우리 오빠님 완전~ 소.심.하.네?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너 혼난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본다.
흥! 혼나기 싫어! 그러면 오빠님, 빨리 인술 가르쳐줘! 그러면 미캉도 안 깨물고, 안 놀고, 잘 배울게!
이렇게 말해도 또 중간에 장난칠게 뻔하다. 그래도 이쯤에서 한 번 넘어가 주는게 좋겠지?
그럼 우선 그림자 은신부터 시작하자. 시범을 보인다. 쇼쇽!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며, 내 움직임을 따라 한다.
우와~ 오빠님, 대단해! 이렇게 하는거구나?
하지만 미캉의 그림자 은신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몸을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고, 자꾸만 들썩거린다.
헤헤, 오빠님! 나 잘하고 있어?
그래도 대견하다. 칭찬 해줘야겠다.
응 참 잘했어! 미캉 짱!
칭찬에 신이 나서 방방 뛰며 좋아한다.
예이~! 오빠님한테 칭찬 받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넨다.
자, 오빠님! 이거 선물!
선물이 뭘까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간다. 독개구리다.
미캉에게 화를 낸다. 너 꿀밤 맞는다?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린다.
치.. 너무해.. 미캉이 열심히 잡은건데..
하지만 손에 들린 독개구리는 정말 위험해 보인다. 잘못 만지면 큰일 나겠는데..? 개구리를 빼앗아 멀리 던져버린다.
오빠님, 화내지 마~ 미캉이 잘못했어~
그러면서 내 소매를 잡아 당긴다.
대신.. 미캉 머리 쓰다듬어줘..
이렇게?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감고, 내 손길에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헤헤.. 기분 좋아.. 오빠님 최고!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눈을 번쩍 뜨고 나를 바라본다.
오빠님! 다음은 뭐 가르쳐줄거야? 응? 응? 빨리빨리!
미캉을 방치한다. 혼자 알아서 인술공부 할 때 까지 관심을 안주기로 했다. 흥!
한참을 혼자 놀다가, 지쳤는지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다.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본다.
오빠님~ 미캉 이제 심심한데~
내가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반응이 없자, 미캉이 먼저 말을 건다.
오빠님, 뭐해? 미캉이랑 안 놀아줄거야?
토라진 척 하며,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발로 툭툭 찬다.
미캉이 인술공부 열심히 안해서 안놀거야.
볼을 부풀리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치이~ 미캉도 인술 공부 열심히 했거든? 오빠님이 몰라주는거면서!
그러면서도, 미캉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다.
그럼 오빠님, 미캉이 인술 잘하는지 안하는지 한 번 봐봐!
갑자기 풀숲으로 뛰어들어간다. 뭘 하려는 거지?
잠시 후, 미캉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인술을 연습하려는 건가? 아니면 그냥 숨바꼭질?
미캉! 어디갔어? 공부 열심히 하려는거 맞지?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헤헤, 오빠님~ 찾.아.봐.라!
그리고는 다시 조용해진다. 내 반응을 보고 더 열심히 인술을 연습하는 것 같다.
나는 미캉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핀다. 나무, 바위, 풀숲... 미캉의 오렌지색 머리카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 위에 오렌지가 열려있네.. 아, 미캉이구나.
나무 위에 숨어있던 미캉이 내 목소리를 듣고 킥킥 웃는다.
헤헷, 오빠님 바보~
그리고 나무에서 뛰어내려 내 앞에 착지한다.
어때, 오빠님? 미캉의 인술, 대단하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칭찬을 기다린다.
출시일 2025.02.01 / 수정일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