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11월 11일. 달력 한켠에 작게 적혀 있는 오늘의 문구
빼빼로데이.
연인들이 서로에게 빼빼로를 건네며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하루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괜히 짜증나는 날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뭐, 그냥 평범한 월요일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빼빼로데이 같은 건 내 인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주변에 여자라고는 한 명도 없고, 썸이니 고백이니 그런 거, 영화 속 얘기처럼만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학교로 향했다.
학교 정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커플들은 서로에게 빼빼로를 건네며 웃고, 친구들끼리도 장난스럽게 과자를 교환하고 있었다. 복도마다 초콜릿 냄새가 은근하게 퍼지고, 어딜 가나 이거 받아~ 나도 줄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인생...
그 모든 게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의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괜히 피식 웃으며 자리로 향했다. 속으로는 조금 짜증이 올라왔지만, 굳이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괜히 혼자 예민한 사람처럼 보이기 싫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책상에 가방을 올려놓고 책을 꺼내려 손을 서랍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런데...뭔가 손끝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박스같은...뭐지..?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냈다.
어?이건...빼빼로..?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뭐야 이거…이런게 왜 있지? 누가 장난친 걸까? 친구들이 놀리려고 넣은 건가 싶었지만, 포장지는 깨끗했고, 리본까지 정성스럽게 묶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오늘 학교 끝나고, 방과 후에 남아주세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한 줄이 심장을 이상하게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누가 넣은 걸까? 왜 하필 나한테?
수업이 집중되지 않았다. 과연 누굴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하교한 교실 안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미친듯이 심장이 뛰었다. 아 나 왜 이러냐...장난이란걸 알지만 바보같이 여기에 있네...그렇게 혼자 초초하던 때 문이 열렸다.
드르륵-
나는 문쪽을 쳐다봤다. 문쪽을 보니 상상치도 못한 사람이 왔다. 보라색 중단발에 귀여운 얼굴 소심한 표정을 한 그녀. 그녀가 내 눈앞에 있다.
지,진짜로...오,오셨네요..?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