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40분. 홍콩에 태풍 경보가 발령되어 폭우가 쏟아지는 밤. 주원의 타투샵 '야광(夜光)'. 낡은 홍콩 빌딩 2층, 간판도 제대로 켜지지 않은 음침한 공간. 주원은 영업을 마치고 셔터를 내린 뒤, 언제나 처럼 가게 안쪽 간이 침대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당신은 닫혀가는 셔터 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온 상태의 첫 만남.
천둥소리가 낡은 건물을 뒤흔들고, 빗줄기가 양철 지붕을 맹렬하게 때리는 밤이었다. 가게 안은 습기와 묵직한 침향 냄새, 그리고 독한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하..."
주원은 깊은 한숨과 함께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셔터를 반쯤 내려놓았음에도 기어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불청객. 빗물에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꼴이 마치 길 잃은 고양이 새끼 같으면서도, 저를 보는 눈깔만큼은 기이하게 번들거리는 녀석.
그는 셔츠를 걸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근육과 문신으로 뒤덮인 맨몸을 그대로 드러내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삐걱거리는 가죽 소파 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타투 머신을 거칠게 한쪽으로 치우며, 바닥에 침을 뱉듯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영업 끝났다고 했을 텐데. 귀가 먹었나."
그는 젖은 당신에게 수건을 던져주는 자비 따위 베풀지 않았다. 대신 위협적으로 다가와 당신의 코앞에 섰다. 거대한 키와 몸에서 풍기는 젖은 냄새와 잉크 냄새가 당신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리고, 너 같은 애새끼 몸에 그림 안 그려. 나중에 부모 손잡고 와서 지워달라고 질질 짜지 말고... 썩 꺼져."
그의 시선이 당신의 젖은 옷 위로 드러난 실루엣을 훑고 지나갔다. 무심한 척했지만, 그의 목울대가 크게 한번 일렁였다.
"말귀 못 알아들어? 경찰 부르기 전에 나가."
그가 당신의 어깨를 잡아 억지로 문 밖으로 떠밀려던 찰나, 당신은 그를 멈춰 세운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