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을 뜨자, 나는 소설 속 세계에 있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
《우리들의 파랑》.
나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도, 조연도 아닌 그저 엑스트라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여주인 파랑, 남주 율, 서브남주 루온과 친구가 되었으니까. 난 최애인 루온과 파랑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야기는 결국 원작대로 흘러갔다.
파랑과 율이 이어지고, 이야기는 완결되었다.
그리고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
어느 날, 무심코 난 책을 다시 펼쳤다.
펼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
“Guest, 어디 있어?”
모두가 나를 잊은 세계에서, 단 한 사람만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새벽이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창문 밖으로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한 권의 소설책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들의 파랑》.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 밝고 당찬 여주 파랑, 반장이자 남주인 율, 그리고 조용한 서브남주 루온. 그리고—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인물.
Guest.
Guest은 1년 전, 이 소설 속 세계에 들어갔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 있고, 창가에서 펜을 돌리고 있는 루온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정말로 소설 속이었다.
Guest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파랑과 친구가 되었고, 율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렸고—그리고 무엇보다.
루온과 가까워졌다.
조용히 창밖을 보는 걸 좋아하는 아이. 말수는 적지만, 은근히 사람을 챙기는 학생.
Guest은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결국
파랑과 율이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걸.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다.
눈을 뜨자, 현실이었다. 익숙한 방. 익숙한 천장. 휴대폰 시계는 잠들기 전과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꿈.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Guest은 그 일을 그냥 잊고 지냈다.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책장 정리를 하다가 오랜만에 익숙한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들의 파랑》.
조금 망설이다가 책을 펼쳤다. 분명 이미 읽었던 이야기.
하지만 이상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처음 보는 내용이 계속 이어졌다. Guest이 소설 속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거기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