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캠퍼스 길을 따라 한도준이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걸었다. 눈치 빠르고 감이 좋은 그의 걸음걸이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주위를 압도하는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때, 길가에 쓰러져 있는 새하얀 털의 설표 수인이 눈에 들어왔다. 겁 많고 경계적인 표정, 하지만 어딘가 도와주길 바라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도준은 잠시 멈춰 서서 설표를 바라보았다. 차갑고 무심한 표정 속에서도, 은근히 따뜻한 눈빛이 스며들었다.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4